박지은(25·나이키골프)이 미국여자골프투어(LPGA) 삼성월드챔피언십(총상금 82만5천달러)에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또 한 차례 준우승경력을 보탰다.
 
박지은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골프장 캐년코스(파72·6천43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로 부진해 4라운드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3타 뒤진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박지은의 올해 준우승 회수는 6차례로 늘어났으며 어느 대회보다 기대가 높았던 시즌 2승의 희망은 맥없이 꺼져 버렸다.
 
지난 4월 나비스코챔피언십을 포함해 통산 5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단 1차례밖에 역전패가 없었던 박지은은 이번 대회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고, 2000년부터 연간 1승에 만족했던 아쉬움을 달래는데도 실패하고 말았다.
 
소렌스탐에 3타차로 쫓긴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박지은은 눈에 띄게 샷이 불안했다.
 
버디를 5개나 뽑아냈지만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더블보기를 범하는가 하면 보기가 4개나 쏟아졌다.
 
반면 소렌스탐은 3라운드까지 1개씩 나왔던 보기가 없었던 데다 행운의 칩샷 이글에 꼭 필요한 승부처에서 버디를 잡아내는 집중력으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2번홀(파4)에서 9번 아이언샷으로 친 두 번째샷이 빗나가 1타를 잃으며 불안하게 출발한 박지은은 3번홀(파5)에서 두 번째샷을 그린에 올려 가볍게 버디를 뽑아내며 우승가도를 질주하는 듯 했다.
 
그러나 박지은은 이어진 4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린 데다 그린 주변에서 칩샷 실수가 이어지면서 더블보기로 홀아웃, 소렌스탐에 추격의 빌미를 내주고 말았다.
 
박지은은 7번, 8번홀 연속 버디에 이어 11, 12번홀 연속 버디로 분위기를 바꿨지만 소렌스탐도 7번, 12번홀에서 버디를 1타씩을 줄이며 끈질지게 따라 붙었다.
 
박지은의 바로 앞 조에서 경기를 치른 소렌스탐은 2타차로 추격하던 15번홀(파5)에서 약 12m짜리 어프로치샷을 그대로 컵에 떨구는 행운의 이글로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박지은은 14번홀(파4)에서 2m 남짓한 내리막 버디퍼트를 놓친 뒤 3라운드까지 연속해서 버디를 잡았던 15번홀(파5)에서도 버디 퍼트를 실패, 달아날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웠다.
 
박지은이 제자리 걸음을 걷는 사이 소렌스탐은 411야드짜리 어려운 홀인 17번홀(파4)에서 4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샷을 쳐 만들어낸 1.8m 버디 찬스를 놓치지 않고 집어넣어 1타차 선두로 나섰다.
 
쫓기는 입장에서 추격자로 처지가 바뀐 박지은은 맞바람이 심하게 부는 17번홀에서 모자까지 벗어던지고 드라이브샷을 날린 박지은은 두 번째샷이 그린을 벗어난 데 이어 2m 파퍼트마저 홀컵을 외면하면서 사실상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2타차로 뒤진 박지은은 이글을 잡아야 연장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마지막 18번홀(파4) 공략에 나섰으나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난 데 이어 두 번째샷도 그린을 놓치면서 소렌스탐과 3타차로 벌어지고 말았다.
 
박지은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힘들었는 데다 첫날과 달리 퍼팅이 너무나 말을 듣지 않았다”며 “올해 좋은 경기를 하고도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아깝게 우승을 놓친 사례가 많아 스스로에 대해 퍽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시즌 6승이자 통산 54승을 달성했고, 4년 연속시즌 상금 200만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마지막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장타소녀' 위성미(15·미셸 위)는 3라운드 데일리베스트샷에 이어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추가로 줄여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13위에 올랐고, 장정(24)은 이븐파 72타를 쳐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줄리 잉스터(미국)와 함께 공동6위에 랭크됐다.
 
2라운드에서 공동2위까지 올라왔던 안시현(20·코오롱엘로드)은 3타를 줄였지만 6오버파를 쳤던 전날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한 채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8위에 머물렀다.
 
김미현(27·KTF)이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7언더파 281타로 10위를 차지, 20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8명의 한국 선수 중 4명이 10위권에 들었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13언더파 275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지난해 챔피언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은 11언더파 277타로 4위를 차지, 디펜딩챔피언의 체면은 살렸다.
 
한달간 휴식을 끝내고 돌아온 박세리(27·CJ)는 이날도 샷 난조가 이어져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5개로 6오버파를 치는 등 극도로 부진한 끝에 합계 15오버파 303타의 어처구니없는 성적을 거둬 최하위로 추락했다.
 
1라운드에서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이 흔들리는 등 전반적으로 스윙감각이 떨어지면서 2오버파를 쳐 불안했던 박세리는 2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치며 개선의 여지가 보이는 듯 했으나 3, 4라운드에서만 무려 14타를 잃고 말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