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청부사' vs `그라운드의 여우'.
 
김응용(63) 삼성 감독과 김재박(50) 현대 감독이 지난 96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오는 21일부터 7전4선승제로 사령탑 지략 대결을 벌인다.
 
6명의 40대 사령탑의 대표 주자였던 김경문(46) 감독이 지휘하는 두산을 플레이오프에서 1패 뒤 3연승으로 따돌린 김응용 감독과 정규리그 1위로 일찌감찌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김재박 감독이 대망의 한국시리즈 패권을 놓고 다투는 것.
 
현역선수 시절 홈런타자와 최고의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둘은 지휘봉을 잡고도 화려한 경력으로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은 명장이라는 점도 닮았다.
 
한일은행 시절 국가대표 단골 4번 타자로 장타력을 과시했던 김응용 감독은 지난 83년 기아의 전신인 해태 지휘봉을 잡은 후 올해까지 무려 22년째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 감독은 해태 감독 취임 첫해(83년)를 시작으로 97년까지 타이거즈를 9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고, 2001년 삼성으로 옮겨 이듬 해(2002년) 21년 묵은 삼성의 우승 한을 풀며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신화를 이룩했다.
 
지난 96년 창단한 현대 사령탑으로 취임했던 김재박 감독도 98년 우승에 이어 2000년과 지난 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둘은 또 지난 96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리턴매치를 벌인다는 점에서 맞대결이 흥미롭다.
 
당시 해태를 7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백전노장' 김응용 감독은 현대의 새내기 사령탑이었던 김재박 감독을 맞아 현대 투수 정명원의 노히트노런에 눌려 4차전을 지면서 2승2패를 허용했다.
 
그러나 김응용 감독은 `특정지역(인천) 심판 편파 판정설'을 제기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편 끝에 결국 김재박 감독을 4승2패로 따돌리고 8번째 우승을 일궜다.
 
그 때의 앙금이 남아있는 김재박 감독은 올 해 정규시즌 막판에도 집안식구나 다름없는 기아가 현대에 고의로 져 줬다는 김응용 감독의 말에 마음이 상했던 터라 삼성의 상승세를 잠재우고 설욕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장(智將)'으로 불리는 김재박 감독은 `재미없는 야구'라는 항간의 비난을 듣기는 하지만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절묘한 선수 교체와 상대 수비 허를 찌르는 번트작전을 앞세워 막강 마운드를 구축한 삼성을 파고들겠다는 전략.
 
이와 달리 냉정한 투수 교체 등 실력 위주의 선수 기용과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트레이드마크인 `용장(勇將)' 김응용 감독은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때 마운드 승리를 이끈 선동열 수석코치의 보좌를 받아 2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린다.
 
프로야구 출범(82년) 후 처음으로 성사된 재계 라이벌간 한국시리즈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으는 `양김의 전쟁'에서 특유의 용병술과 불꽃튀는 두뇌싸움을 벌일 두 감독 중 누가 우승의 기쁨을 누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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