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역사를 보면 1490년대 유럽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새로운 병이 창궐해 야단법석이 일어났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갑작스럽게 출현해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환자들이 흉칙한 몰골로 변하며 사망률이 높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이다. 이 병이 바로 매독인데 당시에는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많은 사상자를 냈다. 매독은 당시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발병됐는데 서양 근대의 출발을 알리는 르네상스부터 창궐하기 시작해 근대에 이르기까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근자에 들어 이 매독에 대한 치료약이 개발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가 등장, 또다시 문란한 성생활을 응징하고 나섰다. 당시에는 이 같은 병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병'이라고 불렀으나 라이벌 국가나 적대국을 앞머리에 붙여 프랑스병, 이탈리아병, 독일병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성병이 만연됐으나 치료약을 미쳐 개발하지 못한 인간은 그래서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콘돔을 개발했는데 이는 16세기부터 사용됐다. 이는 임신 방지라기보다는 매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탈리아의 해부학자인 팔로피우스가 처음 개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초기에는 양의 창자나 생선막으로 만들었으며 몇몇 전문 도매상에서는 물론 사창가에서도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한 기록을 보면 서양의 유명한 바람둥이 카사노바 역시 피임이라는 면에서 무척 세심해 반드시 콘돔을 사용했다 한다. 그는 말년에 비참한 생활을 했는데 위조지폐를 만들었다가 파리에서 추방돼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다행히 이때 구세주 할슈타인 백작이 나타나 카사노바는 죽을 때까지 백작의 집에서 편안히 살면서 회고록을 썼고 이 회고록 덕분에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최근 우리나라도 에이즈환자가 늘면서 또 다시 관계당국이 콘돔사용을 권장하고 나섰다. 게다가 최근 경찰의 집창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음성적으로 이뤄질 성매매와 관련, 벌써부터 성병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관계당국의 철저한 예방대책이 선행돼야겠다.(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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