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투수왕국' 현대가 한국시리즈 들어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없어 울상이다.
 
삼성과의 2004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1승1무1패를 이루고 있는 현대가 남은 경기에서 믿고 마운드를 맡길 만한 투수는 용병 선발 마이크 피어리와 `특급 마무리' 조용준 정도.
 
이같은 `왕국' 와해에는 팀내 투수 최고참이자 올시즌 프로야구 최고 연봉선수로 앞장서 한국시리즈 현대 마운드를 책임져야 할 정민태의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정민태는 SK와 맞붙은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첫 경기인 1차전을 잡아준 것을 비롯해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차전, 마지막 7차전을 승리로 이끌며 현대의 챔피언 반지 입맞춤을 주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정민태는 그나마 후반기 회복조짐을 보이며 지난 22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출격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정민태는 고작 1이닝 동안 볼넷 2개, 안타 5개로 무려 6실점한 후 강판당했고, 선발이 조기에 무너진 현대는 경기 후반 타선 폭발에 힘입어 간신히 비긴 채 경기를 끝마쳤다.
 
현대의 고민은 24일 대구로 판을 옮겨 치러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믿었던 김수경마저 무너지며 더욱 깊어졌다.
 
김수경은 이날 1회 투런 홈런을 헌납한 것을 비롯해 3이닝 동안 3볼넷, 5안타로 6실점(4자책)한 뒤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왔고, 초반 너무 많은 점수를 내준 현대는 김민범-전준호-신철인-이상렬 등 중간계투를 총동원했지만 이미 기울어 버린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올시즌 현대 마운드의 한 축을 꿰찬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정규리그 삼성전에서 2승1패, 방어율 3.57로 팀내에서 삼성에 가장 강한 면모를 보인 오재영이 정민태를 구원 등판한 시리즈 2차전에서 박한이에게 투런 홈런을 내주며 상대 타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현대로서는 안좋은 조짐.
 
현대 마운드가 낮아진 반면 배영수-케빈 호지스-김진웅으로 이어지는 선발과 `쌍권총' 권오준-권혁이 불펜을 든든히 받치는 삼성의 마운드는 상대적으로 한 뼘 높아 보인다.
 
때문에 삼성은 피어리가 등판하는 25일의 4차전만 잡는다면 이번 시리즈를 쉽게 갈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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