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롱스드럭스챌린지에서 데뷔 첫 우승을 따낸 데 이어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 한국 대표로 선발된 김초롱(20·미국명 크리스티나 김)은 27일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고 국가대표가 됐다는 게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29일부터 열리는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 출전하는 김초롱은 제주에서의 연습 시간을 쪼개 1시간이 넘도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속에 담았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고교 시절 전 과목에서 A플러스를 받았고 캘리포니아주지사가 주는 우등상도 받았다는 김초롱의 언변은 `한 편의 에세이'처럼 일목요연하면서도 스무살 처녀답지 않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배어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미국인이 됐고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운을 뗀 김초롱은 “그러나 10대 후반부터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점점 자각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6살 때까지만 해도 한국말을 `유창'하게 했다는 김초롱이 학교 생활 동안 어느새 한국말을 잊어버리게 됐고 영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훨씬 익숙한 언어가 돼 버린 것은 여느 `이민2세'와 다르지 않았다.
 
몇차례 한국을 드나들면서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김초롱은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한국을 오가며 자신이 한국인인데 한국말을 모른다는 게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친척들을 만나도 의사소통이 안됐고 길거리에 나가도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무척 안타까웠다는 것.
 
그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한국말은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듣는 것은 이해하지만 말하는 건 너무 어려워 엄두가 안난다'는 수준.
 
“그렇다면 자신이 미국인과 한국인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잠깐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초롱은 “한국인”이라고 또렷하게 대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자 “미국인이라는 껍질을 쓰고 있지만 핏줄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초롱은 재외동포 관련 법령에 따라 만 22세까지는 미국 국적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는 신분.
 
“국적 선택은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는 “한가지를 얻기 위해 한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가혹하다”며 “왜 둘다 가지면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고민어린 반문을 내놓았다.
 
김초롱은 “위성미와 제인 박이 미국 국가대표로 뽑혔을 때 정말 자랑스러웠다”면서 “나도 조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고 꿈을 이뤄 너무 행복하다”고도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미국인과 똑같이 성장했고 미국인으로 사는게 편한게 사실이지만 그게 한국인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김초롱은 “만약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어느 한쪽을 선택한다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고 내가 진정으로 어떤 국적으로 살아야 모두가 행복한지 생각해볼 일”이라며 시간을 달라고 했다.
 
김초롱은 또 “위성미랑 친하게 지낸다”면서 “위성미가 앞으로 이런 일로 고민을 하면 `네가 행복하게 사는 쪽을 선택하라'고 충고해 주겠다”고 덧붙였다.
 
“초롱이가 국가대표가 된 데 반대여론이 많다는 걸 모르고 있다”고 귀띔한 어머니 김덕숙(50)씨는 “초롱이는 호적도 있고 정부도 한국인이라고 인정해줬고 우승했을 때 문화부 장관이 `장한 한국인'이라면서 축전도 보내줬다”고 거들었다.
 
김덕숙씨는 “미국에서 미국 시민권을 갖고 정계나 학계, 문화계, 경제계에서 성공한 많은 한국인이 조국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는 칭찬을 듣고 산다”면서 “그분들이 고국을 찾았을 때 `당신은 외국인'이라고 배척당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딸의 처지를 안쓰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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