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영화 `포가튼'(원제 The Forgotten)이 그렇다. 여배우  줄리안 무어의 슬픈 표정과 기억 상실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담고  있는    미스터리 영화지만 황당한  `뒤집기'는 충격을 주기보다는 조소를 일으킬 만큼 갑작스럽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아들에 대한 추억을 되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텔리(줄리안 무어).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오르던 아들의 모습은 좀처럼 머릿 속을 떠나지  않고 과거의 앨범을 뒤척이는 일은 유일한 일과가 됐다. 아들이 죽은 뒤 남편과의  사이도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일. 정신과 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날이 갈수록 또렷해지는 아들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리는 만무하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정색을 하고 그녀에게 다가온다. "아이라니요,당신에겐 원래 아이가 없었어요."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아이와 관련된 사람들의 기억만 사라진 것. 비디오 테이프도 가족사진도 심지어는 일기장 까지, 아이에 대한 모든 흔적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고 사람들은 "모든 것은 당신 상상 속에 존재할 뿐이었다"며 그녀의 양팔을 잡고 흔들며 정신차리라고 한다.
   

사람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뒤로 한 채, 지워진 기억과 필사적으로 싸우던 텔리. 죽은 아들의 흔적을 찾던 중 아들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발견이 되고, 국가  정보국의 요원들과 정체 불명의 남자로부터 추격을 당하게 된다.
   

궁금증이 증폭되고 슬픔 속에 기억을 좇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보여지는 초반은 그럭저럭 미스터리물 특유의 긴장을 잘 유지하고 있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앞서 벌려놓은 판을 수습하기에 바빠 보인다.
   

조소를 터뜨리며 감상을  방해하는 옆좌석 관객들을 탓하지 못하는  것은  SF로 점프하는 영화의 지나친 비약 탓이 크다. `적과의 동침', `머니 트레인'의 조셉  루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상영시간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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