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구라도 더 찾아야...안타까움에 발길 안떨어져"

지진해일 피해지역 '생지옥'...대재앙에 무력감 '실감'

카오락서 시신 발굴.실종자 찾기.방역활동 9일간 일정

하루 12시간 강행군 버티다 집에 와서야 몸져 눕기도

23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금세기 최대의 자연재앙 현장에 세계 각국

▲ 한국구조대 일원으로 푸껫 카오락 뱀부치 지역에 급파된 인천지역대 회원들이 정글에서의 시신 발굴작업.
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한국구조연합회 인천지역대도 지난해 12월31일부터 9박10일간 3명의 대원들이 복구활동을 벌이고 돌아왔다.

(사)한국구조연합회 인천지역대 황민선 대장과 황석경, 윤민호 팀장이 그들.

황민선 대장 일행이 (사)한국구조연합회 특수구조대 34명과 함께 외교통상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요청에 따라 태국 푸껫주 카올락 뱀부비치 지역에 투입된 것은 지난해 12월31일 새벽이다.

황 대장 일행을 포함한 연합회 특수구조대는 현지에 머무르는 동안 지상수색조, 해상수색조, 방역조 등의 3개조로 나뉘어 지진해일로 폐허가 된 푸껫에서 한국인 실종자와 현지 피해주민을 위해 하루 11시간이 넘는 복구작업을 펼쳤다.

▲ 지진해일 피해지역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활동.
도착 다음날인 지난 1일 황 대장 일행은 복구지원반이 도착하지 않아 어수선한 현지에서 우선 각종 오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 예방을 위해 국내에서 가지고 갔던 방역장비를 총 동원, 현지방역을 실시했다.

황민선 대장은 현지 방역작업에 대해 “카올락의 매몰 및 붕괴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과 소독작업을 벌였는데 첫날에는 처음 접하는 방역작업에 현지 지역 주민들이 거부감을 나타냈으나 대원들의 활동이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 알려지자 저마다 소독을 원해 초기에는 방역에 중점을 두고 활동했다”고 말했다.

황석경 팀장 일행도 각자 방역소독기를 들고 피해지역 일대의 소독 활동에 전념했다.

일정부분 방역작업이 완료된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시신 발굴 작업에 착수했는데 황 대장 일행은 태국 해군 특수구조대와 함께 해양 인근의 침몰된 선박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시신 발굴에 참여했다.

일행은 국내에서 가지고 간 잠수장비를 동원, 실종된 군인 및 민간인 해상수색활동과 수중수색작업을 펼쳤다.

특히 수영장이나 매몰 지역의 경우 커다란 웅덩이가 형성돼 대원들은 흙 웅덩이에서 수시간 동안 수색작업을 벌여 부패된 시신 등을 찾아냈으며 코브라 서식지로 알려져 현지인들도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인접 정글에도 들어가 시신을 찾아 내 오기도 했다.

이런 중에 현지 교민을 만나 붕괴지역의 시신 확인 요청을 받고 현지에서 중장비를 급조해 한국인 시신이 묻혀 있을지 모르는 지역에 대한 발굴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현지 시신 발굴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즈음부터는 한국인 피해 유족들을 위해 한국인 피해 유품 발굴 작업도 병행했다.

황 대장 일행은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여권과 가방 등을 찾아 현지 대사관에 전달했다.

인천지역대원들을 포함한 구조협회는 국내로 돌아오기 전까지 현지인 실종·사망자 39명의 시신을 발굴해 전달했다.

황민선 대장 등 인천대원들은 현지에 복구지원반이 도착해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개시된 지난 9일 9박10일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안타까움을 남긴 채 귀국했다.

황 대장은 “진짜 다시는 이 같은 피해가 있지 말아야겠다는 바람을 갖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참사라는 말 실감나더군요"

 

(사)한국구조연합회 인천지역대 황민선 대장과 황석경, 윤민호 팀장 등 3명이 21세기

   
최대의 지구촌 자연재앙이라 일컫는 동남아시아 해일 참사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31일 오전 5시께.

“말 그대로 참사 그 자체더군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을 찾는다는 것이 처음엔 불가능해 보였어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난감하더라고요.”

황민선, 황석경, 윤민호씨 등은 쓰나미(지진해일) 피해지역인 태국 카올락 뱀부비치에 도착했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장의 피해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안타까운듯 말했다.

황민선 대장은 “약 1년전 이란 대지진 현장에도 다녀왔지만 이번 쓰나미 피해현장은 그보다 더 심한 것 같았다”며 “9일 동안 현장에서 시신 발굴 작업을 하면서 이러한 피해가 우리나라에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황석경 팀장도 “마치 아수라장을 보는듯 했다”며 “최선을 다해 단 한 구의 시신이라도 더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또 “돌아오기 전날 유가족들과 인사하고 한국인 분향소를 찾아 분향한 뒤 한국인 시신과 유품을 싣고 오는데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윤민호 팀장은 “국내에서 복구활동 등에 많이 참여해 봤지만 이번 같은 참사는 처음”이라며 “이번 피해복구 및 시신발굴 활동을 벌이면서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해도 상당히 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다 더 일찍 서둘러 출동했더라면 한 구의 시신이라도 더 발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구조협회 인천지역대원 모두 이번 참사 현장에서 지원활동을 펼치며 자연재해는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평소 신속한 대비태세를 갖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황민선 대장은 “우리나라도 자연재해에 예외일 수는 없다”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예방조치에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간이막사 주변 곳곳 웅덩이

피로와 모기떼와 매일 사투

 

황민선 대장 일행이 9박10일 동안 현지에서 시신발굴 및 복구작업을 펼치면 가장 어려웠던 점은 피로와 모기였다.

일행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 작업에서도 대원들 모두는 힘든 기색 없이 한구의 시신이라도 더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지에 있는 동안 다치거나 병을 얻은 대원들은 없었으나 하루평균 12시간씩 강행되는 무리한 작업으로 몸에 상당한 무리가 따랐다.

실제로 황민선 대장은 귀국 후 몸무게가 10kg 줄었고 황석경 팀장과 윤민호 팀장도 각각 5kg, 8kg씩 줄었다.

현지에 머무는 동안은 간이 막사를 치고 생활했는데 식품 등은 국내에서 가지고 가 음식에 대한 불편은 없었으나 바닷물이 쓸고 간 지역이라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이에 따른 모기떼의 습격이 골칫거리였다는 것.

잠을 청하기 전에 막사 주변 방역소독을 하고 자도 다음날 오전이면 모기에 물린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을 정도.

또 국내와는 반대되는 무더운 현지 날씨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움 가운데 하나였다.

이 때문인지 황석경 팀장은 국내에 도착해 감기를 얻어 현지에 있을 때보다 고생을 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모든 대원들은 다치거나 병을 얻어 고생하지 않고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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