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중에서도 고통이 가장 심한 곳은 불가에서 말하는 8대 열지옥중 하나인 아비(阿鼻)와 규환(叫喚)이라고 한다. 아비는 범어의 avici를 음역한 것으로 '끊임없음'을 뜻한다고 하는데 끊임없이 고통을 겪는 지옥을 말하고 규환은 범어의 Raurava를 한문으로 옮겨 울부짖는 소리를 가리켜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이 고통에 못 이겨 계속 울부짖는다고 한다.

아비지옥은 8대 지옥중 가장 아래에 있는데 고통이 잠시도 그칠 날이 없다고 해 이곳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하루에 수천번씩 죽고 되살아나는 고통을 받게 되는데 잠시의 평온도 누릴 수 없는 고통은 죄의 대가를 다 치른 후에 끝난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규환지옥은 전생에 살생, 질투, 절도, 음탕, 음주를 일삼은 자들이 떨어지게 되는데 물이 펄펄 끓는 거대한 가마솥에 빠뜨리거나 불이 활활 타오르는 쇠로 된 방에 들어가 뜨거운 열기에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비규환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하는 참상을 두고 일컬어지는데 최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황금만능 풍조와 인명경시 등 각종 병폐와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충격적인 범죄행각으로 지금 이곳이 아비규환의 지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돈에 눈이 어두워 신생아를 안고 가는 주부를 살해해 아기를 빼앗는가 하면 두 아들을 데리고 동거하다 한 아이는 길에 버리고 다른 아이는 때려 숨지게 한 사건들은 인륜파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단순한 살인과 폭력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부패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아귀다툼으로 울부짖는 이 아비규환의 세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회전반에 걸쳐 도덕적 가치를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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