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2월 세상에 얼굴을 내민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현재는 세계 자동차의 가능성을 이끄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엔진과 모터 두 가지의 동력원을 자동차의 상태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완전 상용화에 성공, 앞으로 수십 년간 세계의 자동차의 흐름을 좌우하는 키워드가 됐다.

앞으로의 대세를 판단하고 20여 년 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일본은 2004년 10월 도요타자동차의 2세대급 하이브리드 자동차 `뉴 프리우스'의 출시로 본격적인 수익모델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혼다와 닛산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다양한 모델로 출시되면서 승용 모델은 물론 SUV 등에 이르기까지 전 범위로 확대됐고 최고급 모델까지 하이브리드화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출시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이미 수익모델로서의 안정화에 성공, 현재 전세계의 90% 이상을 일본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다.

10여 년 전 세계 자동차 3대 축인 미국, 유럽 및 일본은 차세대 자동차의 개발 방향에 대해 서로가 다른 판단을 하게 된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업계, 학계 및 관계가 혼연일체가 돼 제도적 지원체계를 정비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유럽에서는 기존의 강세를 띠고 있던 디젤엔진을 주축으로 하는 체제를 기반으로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연구 방향을 잡게 된다. 미국의 경우는 엔진, 모터 겸용의 하이브리드보다 연료전지의 가능성을 보고 이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방향을 잡게 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구체화되면서 명암이 엇갈리게 됐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자동차 배출가스 억제 및 부존자원 고갈에 대비한 에너지 낭비 억제, 대체에너지 개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자동차업계에서는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떠오르게 된 것이다.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2015~2020년에는 전체 차량 중 50% 이상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의 상황은 어떠한가? 2004년 10월 처음으로 출시해 환경부에 50대를 납품한 현대자동차의 `클릭하이브리드'는 납품단가가 약 8천만 원이다. 생산단가는 약 1억8천만 원 정도다. 이 기종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는 약 2천500만 원이다. 이 비용의 차이가 기술력, 경제력 등 전반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단적인 측면이다.

초기에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했던 도요타자동차의 경우도 생산단가가 1억 원을 훨씬 넘었다. 기술력, 경제력을 개선하면서 지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된 것이다. 결국 일본과 우리의 이 차이를 얼마나 빨리 좁히느냐가 우리의 첨단 자동차 기술력 확보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말 상용화 모델의 개발에 노력해 내년 말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완전 상용화된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베르나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때의 가격이 일본과 비교해 얼마나 좁힐 수 있을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세대 자동차의 개발에는 업계만으로 노력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제도적, 법적 지원은 필수적이고 차세대 자동차가 원만히 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또한 필수적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 및 학계가 하나되는 공동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차세대 성장 동력 10대 과제 중 미래형 자동차가 포함돼 전폭적인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극히 미흡하고 제도적 정착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모두가 노력하고자 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국민 홍보도 매우 중요한데 아직 국민들 사이에서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지도도 매우 부족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선진 외국에서 두려워하는 우리 특유의 노력과 벤치마킹을 기반으로 관련 업계의 확고한 개발의지, 정부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국민의 적극적인 호응이 어우러진다면 머지 않아 미국의 길거리에 한국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누비는 시기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 모두 함께 노력하자.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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