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렀다는 통계가 나왔다.

자살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하지만 노인자살의 경우 특히 질병으로 인한 고통, 신변비관 등이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홀몸노인의 자살률은 일반노인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우리에게 노인문제가 사회적인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은 사회와 가족들의 무관심속에 절망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평균수명은 짧고 출생률은 높아 총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과거에는 노인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다.

과거 부모가 나이들어 노동력이 상실되면 자식들이 부모를 산에다 버린다는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장수해 이 나이에 이르면 이를 행해야 하는 자식 입장이나 이를 받아들어야 하는 부모입장이나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알아서 적당한 나이에 돌아가시는 것이 큰복이였으리라.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을 받았던 우리에게 과연 위와 같은 풍습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고 그 존재에 관해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어찌 되었든지 과거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는 무가치 한 것으로 여겨졌고 노인들 자신도 어느 정도의 나이 이상이 되면 덤으로 사는 생인 것으로 스스로를 비하시키기도 했다.

당시 노인문제는 가족간의 문제일 뿐이었다. 현재에 이르러 노인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존재인가?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무가치하다고 까지는 평가되지 않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수준에 이른 것은 자식을 배려하고 스스로를 체념해 자식의 지게에 올라 산으로 향하던 과거 고려장을 당한 부모님의 마음이 현대에 재현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들은 자식을 위해 이 모든 것들을 기꺼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수명의 연장, 출생률의 저하 등으로 전체 인구에서 노인인구의 비중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고령화추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2050년께에는 세계 최고의 노인국가가 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과거와 같이 노인문제를 가족간의 문제로만 생각해 그대로 방치하여서는 아니될 시기가 온 것이다. 이제는 노인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책이 시급한 상태이다.

노인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의식의 전환이다.

젊은층은 노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서로의 위치에서 상대방의 장점을 존중하고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노인들 스스로도 때가 되면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것을 당연하고 자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자세는 지양하고 자신의 생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귀중한 존재로서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물론 이와 같은 의식전환에 걸 맞는 사회적인 제도보완이 시급하다. 앞으로는 실버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와 같은 일이 개인에 맡겨지는 한 평소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거나 경제력이 있는 노인만이 그 혜택을 누릴 뿐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의 경우 결국 절망감과 허탈감으로 사지로 내몰릴 것은 뻔한 이치이다.

통계에 의하더라도 극빈층 노인들의 자살률이 부유한 노인들에 비해 높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생계지원대책이나 양로원시설의 확충, 노인이 원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 등의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노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질병에 대한 의료비 부담 경감, 더 나아가 무료 의료 혜택 등의 종합적인 노인복지대책이 정부차원에서 강도 높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들 현재의 모습이 곧 우리들의 미래의 모습이며, 그들의 존재가 없었던들 우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지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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