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과천벌의 황제'라 불리우는 김효섭 기수. 다부진 체격과 뛰어난 언변, 그리고 무엇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기승술은 과히 `황제'라는 별명에 걸맞는 김효섭 기수만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그러나 김효섭 기수는 늘 2인자에 머물러야만 했다. 동기인 `리딩 자키' 박태종 기수의 그늘이 너무도 깊게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최고의 자리를 눈앞에 두고 분루를 삼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2년 넘게 경주로를 떠나야 했던 아픔도 있었고, 최고의 경주인 그랑프리(GI)에서 순간의 실수로 다 잡은 우승컵을 넘겨 주기도 했다. 이런 탓에 김효섭 기수는 `비운의 황제', `과천벌의 풍운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어야만 했다.

올해만은 사정이 다르다. 김효섭 기수는 다승과 수득상금, 승률, 복승률, 출주회수 등 모든 분야에서 단독 선두를 지키며 질주하고 있다. 현재 232전 55승, 2착 31회로 2위인 조경호 기수의 37승에 무려 18승이나 앞서있다. 3착도 25번이나 기록하며 3위내에 입상한 경주가 111회로 무려 47.8%의 입상률을 보이고 있다. 출전한 경주의 절반 가량에서 모두 3착 이내로 입상한 꼴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해 128승까지 올릴 수 있다. 1996년 박태종 기수가 세운 연간 최다승인 102승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으로, 1998년 초대 연도대표기수로 선정된 이후 7년 만에 다시 연도대표기수 자리도 욕심을 내볼 만하다.

김효섭 기수는 최근의 상승세를 인정받아 말레이시아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KRA와 말레이시아 `살롱거 터프클럽(Salonger Turf Club)'간 체결된 국제 교류의 일환으로 오는 19일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열리는 교류경주에 출전한다. 김효섭 기수는 KRA 심판처의 성적 평가에서 박태종, 천창기 기수 등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해 조경호 기수와 함께 대한민국 대표 기수로 선정된 것. 무더운 날씨 등으로 현지 적응이 어렵겠지만, 한국 기수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올해 김효섭 기수에게는 또 하나의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경마 코디네이터'. 국내 굴지의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에서 제작 예정인 영화 `각설탕'(가제)의 엔딩 크레딧에 김효섭 기수의 이름이 오를 예정이기 때문. 경주마와 여자 기수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릴 `각설탕'에서 김효섭 기수는 영화 속의 모든 경마 관련 사항에 대해 조언을 하고, 출연자들의 승마 교육도 담당하게 된다. 지난달 28일 김효섭 기수는 여주인공에 캐스팅된 영화배우 임수정씨 등 출연자들과 상견례를 갖고 경마 코디네이터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