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틀림없이 문화 개념 속에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예술이 기예, 학술을 아우르는 `정신 문화'라 한다면 스포츠는 신체 단련, 운동의 개념이 훨씬 짙다고 할 것이다. 무론 양궁이나 사격 같은 정신적 측면이 두드러지게 강조되는 종목도 있기는 하다. 아무튼 의미를 조금만 넓혀 보면 예술도 스포츠도 다 인간이 추구하고 즐기는 문화의 한 측면임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예술과 스포츠는 어느 것이 더 우리 삶에 효용이 있는 것일까'라든지, `어느 분야가 우리 생에 우선 순위를 갖는 것일까'하는 따위의 질문은 쓸데없는 우문이 되는 것이다. 개인의 성향, 즉 호오(好惡), 취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간이 인간인 이상' 그 둘을 나름대로 적당히 향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화로서의 예술과 스포츠, 그리고 그 둘의 효용성에 대해 길게 서두를 꺼내는 것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인천의 현실, 다시 말해서 인천의 행정 관서에서 바라보는 예술과 스포츠의 현주소 때문이다.

해 전, 인천시는 중구 옛 해안 지대에 남아 있는 창고 건물들을 매입해 미술 전시장이나 예술 작업장으로 사용하도록 한다는, 이른바 예술 타운 건설의 야심찬 청사진을 내보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시민, 예술인들이 희망적이고 예술적인 계획에 고무되었는데 그만 다른 화급한 현안 때문에 순위가 뒤로 밀린 것인지, 아니면 아예 없던 일이 되어 버린 것인지 지금은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포츠 경기는 그래도 제법 활기를 띄는 듯하다. 그 예로 오는 9월1일부터 우리 인천 문학경기장에서는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릴 예정이고, 또 시 당국은 2천 십 몇 년, 아시안 게임 유치 의사도 밝힌 바 있는 상태다. 지난 봄에는 인천 프로 축구팀을 위해 로고가 든 유니폼을 인천 시민들이 사주도록 시의 높은 분이 나서서, 말이 생기기도 했는데 그 때문에 분발했는지 요즘 성적이 한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행정 관서의 이런 모습을 보면 스포츠와 예술의 상대 우선 순위가 분명히 판가름 나는 듯하다. 우선 연극인들을 위해서거나, 또 음악인을 위해서, 누구 하나 시민들에게 공연을 보아 줄 것을 권유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공연 참관을 꼭 고위 인사가 나서서 시민들을 향해 권유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부러운 것은 다만, 그런 인사들이 가지고 있는 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마음 자세인데, 그만큼 예술 쪽으로도 관심과 이해가 보였으면 하는 점이다. 제대로 된 음악 전용 홀 하나 가지지 못한 광역시. 이처럼 눈에 드러나는 예술과 스포츠의 대비, 그 명암을 보면 스포츠가 훨씬 우리 삶에 효용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포츠에는 활화산처럼 뿜어져 나오는 탄성과 화려함, 화끈함이 있어서일까. 말할 나위도 없이 예술에도 그런 흥분과 쾌락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스포츠는 단번에 대중을 선동하고, 순간적으로 다중에 어필하는 선전적 요소가 예술보다 월등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나 대중 선동 같은 흥분이 있고 최면이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정치인들이 각종 스포츠의 광인 경우도 있고,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적절히 정치와 스포츠를 연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매력과 개인적 기호와 성향에 맞춰져 정책도 야금야금 그런 경향을 띈다면 그것은 찬성할 수 없다. 예술에 대한 관심이 낮은 사회는 곧 사막같이 삭막한 곳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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