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 올려, 백기 올려, 청기~ 올리지 말고 백기 내려"

'청기', '백기'를 외치는 여자는 흰 목폴라 스웨터와 흰색 카디건, 무릎엔 담요까지 덮고 그네에 앉아있다. 밝은 목소리와 슬픈 눈빛의 여자가 핏기없어 보이는 반면 바다를 등지고 서있는 남자는 여자의 구령에 따라 깃발을 들고 내리는데 열심이다.

김하인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국화꽃향기」(제작 태원영화사)의 촬영현장이 10일 공개됐다.

「국화꽃향기」는 슬픈 운명을 가지고 숨져가는 여인 희재와 그녀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이는 연하의 남자 인하의 가슴아픈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 북디자이너 희재역에는 「소름」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장진영이, 라디오PD 인하는 연극 「청춘예찬」으로 알려진 박해일이 맡아 서로 호흡을 맞춘다.

이날 촬영은 경남 통영의 용초도에 위치한 용호초등학교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인하가 희재에게 처음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며 희재가 죽기 전까지 남편 인하와 함께 지내는 곳. 제작진은 전교생 6명의 용호초등학교의 한 건물을 빌려 이들의 보금자리로 꾸몄다.

"처음엔 좀 천천히 가다가 빨라지는 거죠?" 바닷바람에 움츠리면서도 박해일이 감독에게 연기에 대한 상의를 하는 동안 그네에 앉은 장진영은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감정을 잡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영화로 장편영화 데뷔하는 이정욱 감독은 「사의 찬미」와 「정글스토리」등의 조감독 출신으로 「억수탕」과 「복수는 나의 것」에는 연기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찰나적, 순간적 만남만이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운명적이고 영원한 아날로그식 사랑을 통해 사랑의 참 의미를 그려보겠다"는 것이 첫 영화에 대한 그의 각오.

원작소설과 영화가 다른 점은 여주인공의 캐릭터다. 소설에서 술 담배를 즐기는 촬영감독 지망생이었던 여주인공은 영화 속에서는 장진영의 말을 빌리면 "만인의 여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두 주인공의 직업이 북 디자이너와 라디오PD인 것도 소설과 다른 점.

「국화꽃향기」가 주목받는 것은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두 배우의 열연 때문이다. 공포영화 「소름」으로 처음 연기력은 인정받은 장진영은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는 멜로연기에도 자신있음을 보여줬고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스크린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던 박해일은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질투는 나의 힘」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벌써부터 연기파 남자배우 계보를 이을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촬영 후 진행된 포스터 촬영에서도 둘은 30여 명의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서 어렵지 않게 눈물을 쏟아냈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한숨을 내쉬며 감정을 삭이는 모습. 두 사람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남자와 그를 떠나야 하는 여자의 슬픈 사랑에 흠뻑 빠져있었다.

이곳 용초도와 부산, 분당 등을 배경으로 촬영되는 「국화꽃향기」는 현재 90%정도 촬영이 진행 중이며 내년 1월께 개봉을 예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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