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멀지만 마음 만큼은 편안한게 명절을 맞는 우리네 풍경이다. 하지만 가을철 병원 응급실이 가장 바빠지는 때도 바로 이 추석 연휴라고 한다.

후유증 없이 추석 연휴를 보내고 가정과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건강관리 요령을 여러 전문의들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과음, 과식은 금물 = 명절 때는 자신도 모르게 과식을 하게 된다. 육류와 기름진 음식이 대부분인 데다 가족들끼리 다 함께 먹는 분위기다 보니 혼자만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고스톱 판까지 벌어지게 되면 늦은 밤까지 가만히 앉은 채로 술과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자연히 소화불량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과식·과음으로 인한 소화불량에는 따로 약이 없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과식에는 특별한 치료가 없는 만큼 소화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고”라며 “시중의 소화제를 사용해 볼 수 있지만 크게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같은 이치로 과음인 경우에도 물이나 주스를 충분히 마시고 술이 해독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상의 방법이다. 명절 때 과음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가 종종 있지만 다른 응급환자와 의사들로부터 눈총만 받는다는 게 의사들의 지적이다.

세란병원 내과 송호진 과장은 “과식 때는 무조건 약을 먹기보다 한끼 정도 굶는게 가장 좋다”면서 “특히 갑작스럽게 복통이나 설사를 하는 아이들의 경우 지사제를 쓰기보다 충분한 수분을 섭취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과식으로 체했을 때는 입은 옷을 느슨히 하고, 엄지손가락과 발가락을 따고, 배와 몸을 따뜻이 한 채로 배를 시계방향으로 문질러 주면서 엄지와 검지의 오목한 부위(합곡혈)를 지압해주면 좋다고 한다.

광동한방병원 한방내과 최우정 과장은 “심하게 체했을 때는 한끼 정도 굶은 다음 차차 죽을 먹는 게 좋다”면서 “따뜻한 보리차와 추석 상에 자주 오르는 토란은 체한 데 좋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자는 칼로리 낮춘 건강식 필요 = 명절 연휴가 끝난 뒤 병원 진료실에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이는 평소 규칙적으로 하던 운동을 못 하는 것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명절 동안 각종 전과 갈비찜, 각종 고기류, 튀김, 견과류 등의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너무 먹었기 때문이다. 평소 식이요법을 철저히 지키다가 한순간에 절제력이 무너지는 경우다.

칼로리를 제한해야 하는 만성질환자나 체중조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가정에서는 명절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칼로리를 낮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기를 준비할 때는 눈에 보이는 기름 부위를 가능한 한 제거하고, 등심·갈비·삼겹살 등 기름이 많은 부위를 피하고 살코기를 이용하는 게 좋다.

전을 부칠 때에도 가능하면 식용유를 적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달라붙지 않는 프라이팬을 이용하고, 키친타월 등을 이용해서 기름기를 충분히 닦아주는 게 좋다고 한다.

데울 때에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데우는 대신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야 칼로리가 더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닭고기의 경우 지방이 많은 껍질을 벗긴 뒤 조리하는 게 좋고 고지혈증이 있다면 오징어, 새우, 굴 등의 해물전을 가능하면 먹지 말아야 한다.

탕국 등은 미리 끓여서 차가운 곳에서 식힌 뒤 기름을 충분히 걷어낸 뒤에 먹는게 좋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화 이성희 교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음식의 고소한 맛과 기름기 자르르한 모양보다는 칼로리를 낮춘 건강식으로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의 노력과 함께 절제심을 잃지 않고, 적당히 배가 부를 때 수저를 놓는 본인의 절제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거리 올바른 운전요령 = 귀성길이나 귀경길에 꼬리에 꼬리를 문 차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운전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명절교통사고의 대부분이 귀경길에 집중되는 만큼 운전내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연휴 중 불규칙한 생활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인 데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졸음운전도 하기 일쑤다. 따라서 한두시간에 한번씩은 반드시 쉬어주고 차안에서라도 몸을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또 무엇보다도 바른 자세로 운전해야 졸음운전도 방지하고 피로도 덜 느낄 수 있다.

특히 요즘은 대부분이 자동변속기 차량이기 때문에 운전할 때 오른발만을 사용하다보니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골반이 삐뚤어져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눕듯이 앉아 운전하면 디스크에 무리를 줘 요통이 생기게 되고, 목만 앞으로 굽어져서 목 근육이 긴장돼 집중력도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운전을 할 때는 의식적으로 몸을 앞으로 당겨 앉고 등과 허리는 바로 세워줘야 한다. 등받이는 90도 정도로 하고 엉덩이와 목은 의자와 목 받침대에 붙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세란병원 척추센터 오명수 부장은 “운전대와의 거리는 발로 클러치를 밟았을 때 무릎이 약간 굽혀지는 정도가 바람직하다”면서 “이렇게 하면 운전 중 허리통증을 줄이고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감기환자의 경우 감기 자체가 졸음을 유발시키는 데다 대부분의 감기약이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운전 전에는 약을 먹지 않는 게 좋다.

◇주부들은 `주부습진' 주의해야 = 주부습진의 원인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주부습진은 대부분 피부 자극과 건조로 발생하는데 특히 물과 비누, 세제 같은 것들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일단 손에 습진이 생기면 아주 민감해져서 이전에는 괜찮았던 것들에도 쉽게 자극을 받게 된다. 특히 우리 음식에는 고추, 마늘, 양파, 파 같은 재료들이 많이 들어간다. 이런 양념들은 단순히 피부를 아프게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프다는 것은 몸에서 살이 부서진다고 경고를 보내는 신호인 만큼 심한 자극을 받고 습진도 더욱 심해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피부에 심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음식에는 고추, 마늘, 양파, 파 뿐 아니라 오렌지, 귤, 레몬 껍질, 계피, 바닐라, 대구, 새우, 생고기 등 여러가지가 있다.

주부습진의 치료를 위해서는 일단 피부에 대한 자극을 줄여야 한다. 치료는 시기와 피부의 상태에 따라 맞춰 치료를 하게 되는데 아주 약한 경우는 몇 가지 종류의 바르는 연고류만으로 조절을 하지만 좀 더 심하게 되면 내복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부습진을 예방하려면 물이나 세제를 직접 만지지 않도록 면장갑과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는 게 좋다. 또 물을 만진 뒤에는 수건으로 잘 닦아서 충분히 건조시켜야 한다.

드림피부과 이호균 원장은 “주부습진은 재발이 잦고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부 명절 증후군을 이기는 5계명 = 전문가들은 명절 때 주부들이 요통이나 관절통을 피하려면 싱크대에 오랫동안 서서 일 한다든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음식을 만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높이 있는 물건을 내리다 허리를 삐끗하게 되면 자칫 만성요통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음식은 되도록 식탁에 앉아서 하고 잠깐이라도 스트레칭을 통해 허리근육과 관절을 풀어줘야 한다.

다음은 명절 증후군을 이기기 위한 몇가지 요령. ▶명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즐기려고 애쓴다.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가부장적 분위기를 완화하려 노력한다. 남편은 아내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가사분담에 대해 부모님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과 편안한 대화로 일로 쌓인 피로를 푼다. 결국 시댁이나 친지들과의 화목한 관계가 명절 증후군의 특효약이다. 함께 일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로 긴장이 풀리면 일의 지겨움도 날려버릴 수 있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함께 하는 가벼운 외출도 도움이 된다. ▶저녁때는 부부끼리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일하다보면 작은 오해가 생기거나 대인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부부 사이의 대화를 통해 힘들었던 점을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격려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나들이 전염병 주의 = 가을은 야외 나들이로 인한 전염병이 많아지는 시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행성출혈열, 쓰쓰가무시, 렙토스피라증 등이 이 때 증가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외에 나갈 때 피부가 노출되는 옷을 피하고 ▶성묘 길에 절대로 맨발로 걷지 말며 ▶산이나 풀밭에선 앉거나 눕지 말아야 하고 ▶물이 고인 논이나 웅덩이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의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을 100% 예방할 수 없는 만큼 만약 야외 나들이 후에 몸에 반점과 함께 열이 날 때는 병원을 꼭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균이 몸 안으로 들어왔더라도 몸의 상태가 아주 좋으면 큰 무리없이 지나갈 수 있으므로, 연휴기간 몸이 너무 피곤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묘시 응급상황 대처법 = 벌레나 벌에 물렸을 때는 부드럽게 침을 제거하고 얼음찜질을 해서 염증을 감소시킨다. 독벌레에 물렸으면 암모니아수로 소독한 후 찬 물수건을 이용해 통증을 경감시켜야 한다. 벌이나 벌레에 물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은 꼭 싸서 두고 ▶소매가 긴 흰색이나 자연색 옷을 입으며 ▶단내 나는 향수는 피하고 ▶벌레가 접근할 때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성묘시 산이나 들에서 굴러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때는 골절 부위를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처가 나면서 부러진 경우라면 출혈이나 감염이 되지 않도록 멸균 가제나 패드로 덮고 압력을 가해 지혈을 시켜줘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사지가 마비되는 등 심한 경우라면 가급적 환자를 그대로 둔 채 구조대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출혈이 있을 때는 지혈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혈을 위해서는 출혈부위를 깨끗한 헝겊 등으로 세게 눌러줘야 한다. 선홍색 피가 나오는 동맥출혈이라면 응급상황인 만큼 심장에 가까운 부위를 끈으로 동여매 줘야 한다.

출혈 때 바람직한 자세는 바로 누운 상태에서 머리를 낮게 하고 다리를 높여줘야 한다. 그러나 성묘길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발생하기 쉬운 뇌졸중은 오히려 머리를 높여주는 처치가 바람직하다. 뇌혈관이 터져 생긴 출혈성 뇌졸중의 경우 머리를 높여줘야 뇌혈관의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도움말 : 서울대병원 조상헌(알레르기내과)·조비룡(가정의학과) 교수, 서울백병원 이성희(가정의학과)·김원(신경정신과) 교수, 세란병원 척추센터 오명수 부장·내과 송호진과장, 드림피부과 이호균 원장, 광동한방병원 한방내과 최우정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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