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에게 모차르트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가이자 불가사의한 재능을 타고난 천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신동'이라고 환호를 받으며 '아직 기저귀를 차야 할 나이'에 아버지와 함께 유럽 곳곳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귀족들 앞에서 연주를 했고 작곡을 따로 공부하지 않고도 '마술적 영감' 혹은 '계시'를 받아 위대한 작품들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오해와 냉대,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면서 결국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함으로써 후세인들의 그에 대한 '천재 신화'를 더욱 증폭시켰다.

그러나 위대한 모차르트와 그의 작품들을 단지 천재성이라는 차원에서만 이해할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천재 신화에 가려져 있는 모차르트의 생애와 음악을 당대의 사회적 상황, 역사적 배경 앞으로 끌어내 현실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모차르트가 살았던 35년(1756-91)은 유럽 전역이 구체제에 저항하는 혁명의 물결로 넘실대던 시기였다.

미국의 독립전쟁(1775-83)과 프랑스 혁명(1789)의 영향이 유럽 전체를 뒤흔들었고 계몽주의 이념과 '자유, 평등, 형제애'로 일컬어지는 혁명사상이 곳곳에 퍼져나갔다.

저자는 이렇듯 급변하는 당시의 역사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비정치적'이라고 간주되기 쉬운 모차르트의 음악도 사실은 정치적, 혁명적인 사상의 영향 아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 활동에 가담했다는 사실이나 그의 작품가운데 오페라「마술피리」가 바로 이 프리메이슨의 사상과 연관돼 있다는 평론가들의 분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모차르트가 음악의 천재였음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만 모차르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통해 이러한 갈등 양상과 요소들을 표현해냈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음악도 사회변동과 음악혁명이라는 배경에서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라고.

소년시절부터 말년까지 모차르트의 다양한 모습과 나폴레옹의 대관식, 루이 16세의 단두대 처형 등 역사적 사건, 당시 유럽 사회의 분위기를 담은 그림들이 함께수록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인 폴 맥가는 런던대학 퀸메리 칼리지에서 카오스 이론을 전공한 좌파 저널리스트로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녹색은 적색이다(Why Green is Red?)」가 있다.

책갈피刊. 176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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