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입니다. 배움은 아무리 늦어도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나처럼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칠 각오입니다.”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남인천 중·고등학교 윤국진(62)교장은 누구보다 못 배운 설움을 잘 안다.
 
충청도 두메산골에서 홀로 상경한 그는 어려서 신문배달·구두닦이 등을 하며 야간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을 때 그의 나이 24세였다.
 
“당시엔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때 이들을 위한 교육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평생을 저 같이 못배운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겠다고요.”
 
윤 교장은 결심대로 전 재산을 털어 지난 1984년 남인천새마을여자실업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교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학교명을 남인천 중·고등학교로 개명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그는 “그 동안 중학교의 경우 3회에 818명이 졸업하는 것을 비롯해 고등학교가 24회에 5천527명이 졸업하는 등 모두 6천300여 명의 남인천인들이 배출돼 지역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특히 대학진학률의 경우 지난 2002년의 경우 불과 12명이던 것이 2004년에는 54명으로, 또 2005년에는 57명으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에는 약 1천50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으며 절반인 750여 명이 청소년이고 나머지는 성인이다.
 
윤 교장은 이들을 위해 `1년 3학기제'의 학사 일정을 시행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동아리활동 지원 및 학교행사를 펼치고 있다.
 
“저희 학교에 재학 중인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부적응 혹은 시간적, 경제적 제약 등으로 학교교육의 기회를 상실한 근로청소년 및 성인입니다. 이들을 위해 1년 3학기제를 운영, 교육기간을 단축해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1년 3학기제는 학기(3~6월, 7~10월, 11~2월)중에 방학을 일주일 안팎으로 대폭 축소해 수업연한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것으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을 중심으로 교육부가 지난 200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남인천중·고의 경우 지난 2000년 10월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정식인가를 받고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남인천중·고 신입생들은 일반 학교와는 달리 2년만에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의 정규 수업과정을 이수하고 졸업장을 취득하게 된다.
 
그렇다고 학교생활이 일반 학교와 틀릴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윤 교장은 말했다.

"지난해 맞이한 14회 백암예술제(학교축제)의 경우 학생들이 준비한 난타 및 부채춤, 훌라댄스 등의 공연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공부하기도 바쁜데 언제 저렇게 준비했나 싶더라고요."
 
그는 또 “현재 학내엔 등산을 비롯한 댄스스포츠, 요가, 볼링, 장구 등의 다양한 동아리가 활동 중에 있다”며 “학교 측은 이들 동아리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는 단순한 지식습득의 장이 아니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습득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을 갖추는 인성교육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교육외적 활동을 통한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윤 교장의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졸업할 때 보면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이 입학 때와 비교해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졸업생이 사회에 나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모범적으로 수행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남인천중·고에서 그간 졸업한 학생들은 은행 및 기업체간부 등 사회 각 계층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윤 교장은 이들이 좀더 여유롭고 개선된 교육환경에서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항상 지니고 있다.

“아무래도 일반 학교와 비교해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교원복지 등의 교육여건이 미흡합니다.”
 
그는 시교육청의 지원액이 일반 학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며 교육환경 및 교사처우 개선, 최신형 교육기자재 마련 등을 위해선 지역사회의 관심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했다.

그 동안 윤 교장은 인천교육발전 등에 기여한 숨은 노력 등을 인정받아 인천시가 수여하는 인천시민상(1988)을 비롯해 인천시교육대상(1990)을 받는 영예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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