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새해에도 벽두부터 교육문제를 둘러싸고 떠들석 하다. 그러나 교원평가문제, 사립학교법 개정문제, 교장 선출제 도입문제 등 교육의 본질적 문제보다 수단적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계에 갈등이 휘몰아 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밝은 미래가 오늘의 교육에 달려있다는 것을 재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바르게 교육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밝은 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으나, 오늘의 교육이 그 본질적인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우리는 어두운 미래를 맞을 수밖에 없다. 새해에는 우리사회가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논의하는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도록 기대해 본다.
 
무섭게 변하고 경쟁하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요한 자질은 창의성과 인성이라고 본다. 특히 창의적 자질이 부족한 국민은 경쟁력있는 국가를 이룩할 수 없다. 학생들의 자아실현을 돕는 일, 인간이 지식을 획득하고 생산하는 일, 그리고 기술을 습득하고 개발하는 일 등에서 인간의 창의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라나는 세대들이 그러한 일을 성공적으로 하도록 돕는 학교교육에는 학생의 창의성을 신장시키려는 노력과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방과 답습은 이미 현대사회를 사는 양식이 아니다. 오늘날, 개인이나 사회는 홍수같이 밀어닥치는 정보와 새로운 문제들을 처리하고 경쟁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며 무엇인가 창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속에 있다고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관찰이 아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의 창조적 잠재력을 계발시켜주는 교육은 그 자체가 전인을 지향하는 교육과 맥을 같이한다. 왜냐하면 창의성은 개성, 자율성, 독자성 등의 지적·정의적 특성과 깊이 얽혀 있기 때문에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은 본질적으로 자아를 실현하도록 돕는 교육과 분리 될 수 없다. '창의'라는 말은 교육의 모든 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 중의 하나이면서도 창의성을 둘러싼 주장과 실제 사이의 괴리가 큰 것은 우리사회가 교육의 본질적 논의와 그 해결에 치중하기보다 수단적 문제 자체에 몰입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교육의 전문성보다 아마추어리즘이 더 판치고 갈등적 상황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교육이 질적 변화를 향한 생산적인 풍토를 조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인간이 출생해 성장하고 발달한다는 것은 적어도 세가지 면에서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이 자라서 성숙한 육체가 되고, 머리가 발달해 지혜있는 사람이 되며, 동물의 세계에서 탈피해 인간으로서의 인격을 형성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세가지 요건을 갖추어 성인이 되는 과정은 길고도 어려운 과정이다.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지식의 습득에 의한 지적인 발달만이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성숙하고 인격적으로 성숙해야 가능해진다. 성숙한 인간으로서 구비해야 할 모든 자질은 기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의해 습득되어야 한다. 이렇게 인간으로서의 여러 자질을 구비해야 하는 교육에 관한 진단과 처방이 깊이있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면 그 국가사회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창의성을 북돋는 교육만 해도 그 진단과 처방이 교육과정, 수업, 교사, 자료, 학습분위기, 학교풍토 등에 걸쳐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이미 그 규모에 있어서 하나의 대량생산체제가 되어버린 체제 속에서는 개성의 존중, 폭넓은 경험기회의 제공, 그리고 자율과 다양성 등의 귀중한 교육원리가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교육과정 및 학교경영에 있어 획일주의, 능률주의 그리고 행정에 있어서의 관료주의가 성행하기 쉬우며, 이럴수록 교원들의 창의성 교육에 필요한 전문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우리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하는 것은 미래사회의 질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미래사회의 질과 그 시대를 주도할 세대들의 가치관, 능력 등은 오늘에 살면서 내일의 교육을 설계하는 우리들의 미래관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한국인의 미래관은 긍정적이며 적극적이다. 누구나 보다 소망스러운 내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고 있다. 그것은 우리 국민 특유의 높은 교육열에서 잘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불과 50여년 전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 80불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우리사회가 이제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것도 우리국민의 높은 교육열이 뒷받침됐다는 것을 세계가 이미 다 알고 있다. 이제 우리국민의 높은 교육열을 지혜롭게 승화시켜 우리 교육을 있어야 할 제자리에 놓도록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이 화합하고 협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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