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차량의 안전운행을 위해 설치된 차선 규제봉의 상당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효과는 고사하고 도시미관만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불법유턴이나 커브길을 안내한다는 좋은 취지로 설치하고도 오히려 관리부재로 이어지면서 비롯됐다는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소용이 없듯 안이한 탁상행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심 곳곳에 설치된 규제봉들은 파손된 채 방치되기 일쑤거나 일부는 매연덩어리가 섞인 시커먼 오물이 묻어 야간 운행 시 이를 분간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계절의 특성상 동절기 세척이 어려워 불가피함을 항변하고 있다지만 그렇다면 별다른 대책이 없는지 또는 파손된 규제봉을 정비할 수 없다는 얘기인지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데 비난받아 마땅하다.

인천지역에 설치된 차량규제봉은 각 군·구별로 적게는 1천여 개에서 많게는 2천여 개에 달하고 있으나 관리부재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작 빙판길 등 안전운전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계절에는 적잖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이 같은 안전시설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도록 방치할 수밖에 없는지 의문이다. 현재 상당수의 규제봉들이 먼지 등으로 모습조차 확인할 수 없으며 차량 전조등 불빛에 반응하는 반사지 등도 찢겨나간 점을 감안하면 관계당의 항변은 어느 누가 봐도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겨울철 강설에 따른 염화칼슘 사용으로 녹은 눈이 노면의 먼지 등과 섞여 규제봉에 묻으면서 규제봉이 있는 사실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임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차선규제봉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경찰의 분석이고 보면 오물로 뒤덮이고 파손된 규제봉을 계절을 핑계로 방치한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건 옳지 않다. 게다가 인천을 찾는 외국투자자나 수학여행지로 각광 받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몰리는 판에 도시미관을 해치는 시설물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결국 망신살을 자초한다. 더욱이 운행차량의 안전사고 예방은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손볼 시설물은 단 하루를 방치해도 자칫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심각성이 있다. 당국은 3월부터 세척과 신설, 교체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말로만 혁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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