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이다. 지금까지 투표한 회수를 헤아려 보기도 하고 그간의 선거 의미도 되새겨보기도 했지만, 바쁜 일상사에 그러한 문제를 생각해 보았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 모두를 부질없는 짓이라 단정하면서도, 때로는 후보자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사실이니, 흔히 말하듯 삶이 그저 그런 것이라 치부해두고 싶다.

                 끝없이 모색된 인재 찾는 방법

정치적 현실을 한탄하면 한도 끝도 없다. 단지 그 중의 몇 몇 꼴불견을 질책할 뿐 우리가 택한 이 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정당이라는 것이 결국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정견을 같이하는 인사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념을 달리하는 정당과 생리적으로 반목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이미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이 표방하는 ‘상생의 정캄란 어찌보면 ‘자기 주장에 동참하는 것이 상생’이라는 아전인수의 논리인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결단으로 인해 예전의 동지가 적으로 돌변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창업하게 했던 한신도 결국에는 죽임을 당해 ‘토사구팽’의 일화를 남겼고, 로마황제를 꿈꾸던 시저를 암살했던 브루투스는 역사적 인물이 됐다.

지나온 시대의 정치사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요소보다 부정적인 사례들이 더욱 많이 부각되고 있다. 거기에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 것과도 같은 극적인 요소도 있고, 시기 시기마다 극복하지 못하고 미뤄둔 채 오늘날까지 방치된 과제도 있다. 하지만 지난 시절의 영욕이 어울어져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고, 그것이 고리가 되어 내일의 역사를 창조하는 밑바탕이 되었음을 체득해 가고 있다.

국가에서 인재를 찾는 방법은 오랜 역사에 걸쳐 수없이 모색되어 왔다. 우리 역사에서의 인재등용은 시험을 통한 과거제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나, 조선전기부터 집안의 위세가 과거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점차적으로 나타나고 있었고, 후반기에 이르러서는 그 폐단이 노골화되어 혈연, 지연, 학연이 없으면 급제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급제한다 하더라도 한직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병폐를 낳았다.

조선 중종대의 개혁적 인물로 정평이 나있었던 조광조는 기존의 인재등용제도를 보완하고, 신진 세력들을 등용하기 위해 추천자가 책임을 반분하는 천거제, 즉 현량과를 시행했다. 물론 등용된 그들은 모두 사림들이었고, 중앙 정계에서 정치세력이 강화되자 기존 훈구세력의 탄압에 의해 기묘사화로 이어졌지만 사림정치의 단초를 여는 기념비적 정책이라 평가받고 있다.

또 문예진흥정책을 추구한 정조는 기존 과거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는 초계문신제(抄啓文臣制)를 시행했다. 이것은 재능있는 젊은 인물들을 발굴해 국왕에게 보고[抄啓]한 후 규장각에 소속시켜 학문을 연마하게 한 것으로, 정치적으로는 국왕의 세력 기반을 강화하고 문화적으로는 이념과 정책의 연구를 진흥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이 역시 지속되지는 못했지만 당대 최고의 학자와 관료들을 배출해 그들이 19세기의 정치와 문화를 주도하는 바탕이 됐다.

           지역일꾼 추천에 중지 모아야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가 본게임에 올라가기도 전에 ‘공천’이라는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정치권은 무언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선거 때만 되면 으레 불거졌던 문제라서 크게 놀랄만한 일거리도 아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정치적 논리에서의 당선 가능자를 원할지는 모르나,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우리의 정치형태가 하루빨리 구태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1952년 4월 25일 인천을 포함한 한강 이남의 지역에서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처음 실시했는데, 그러고 보니 벌써 반백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의 대의민주주의도 그만큼 성숙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유력자와의 유대관계가 우선한다거나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사를 공천하는 사례도 있는 듯하다. 지역의 일꾼을 추천하는 방식의 개선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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