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치룬 또 한번의 선거가 막 끝났다. 뒷 이야기도 무성하겠지만 이제 남은 것은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일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는 인천뿐 아니라 각 지역마다 문화정책이나 역사문화유산보존 등에 대한 것을 기치로 한 내용들이 많았다. 이러한 문화공약이 설령 당선자가 내건 사항이 아니었더라도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는 지역인들의 문화지수 상승에 따른 여망이고, 지역의 미래를 위한 방향제시이며, 정확하게는 4년 후 또 한번의 공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스며있는  '인천적인 것'

그 동안 인천적인 특징을 찾아보려는 선학들의 노력이 없지 않았지만, 아직도 규명해야 할 역사와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고 발굴과 수집을 기다리는 자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인천에서 진행되는 모든 유·무형의 개발과 발전, 문화지수의 상승 속에 과연 ‘인천’이 있는가라는 데에는 ‘조금만 더’ 라는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남아있는 인천의 역사문화 속에는 ‘인천적인 것’이 분명 있다는 사실이다. 단지 인천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해 스스로 외면해버리거나 무관심과 배려의 부족으로 그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던 것이니, 현실적 급선무에만 치우친 나머지 전반적으로 부정적 이미지의 인천상이 부각되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외국 여행을 가서 느끼는 부러움 중에 하나는 별다를 것 같지 않은 조그만 역사적 산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보존과 정비를 통해 관광자원화 하는 것은 물론, 그 지역민의 정신적 기반으로까지 활용하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와 오랜 애증관계에 있는 일본의 경우를 접하면 부럽다 못해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체계적인 문화유산보존 정책이나 철저한 역사문화인식을 모방하거나 배우려는 이중성을 노출시키고 있음도 사실이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관습과 가치관의 영향을 받고 성장한다. 그리고 정칟경제·도덕도 결국은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사고방식의 표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찍부터 인류학자들의 연구가 진행됐는데 그 대표적인 연구사례의 하나가 일본인의 성향을 분석한 베네딕트(Benedict)의 <국화와 칼>을 들 수 있다.

국화는 일본인의 전통적인 의리와 성실의 정신을 상징하고, 칼은 그런 일본인도 위기의 순간에는 사무라이적 행동 양식을 숭배한다는 뜻으로 일본 사람들의 이중적인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의 분석은 지금까지도 ‘일본적인 것’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자료로서 종종 인용되고 있다.

이제 인천도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인천인만의 특성이 담긴 ‘인천적인’ 것을 찾아야 할 시기라 생각된다. 그간 인천은 개항으로 인한 혼돈, 식민지 경제수탈, 한국전쟁, 경제개발5개년계획 등 매 시기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희생과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 ‘보상’은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 인천은 고난의 세월을 극복하고 오늘날 동북아의 허브도시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인천의 역사문화지수 상승 기대

이러한 의미에서 인천의 경제적발전과 더불어 대외적으로도 인천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인천상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항구와 공항과 경제특구만으로 인천을 다 설명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흩어져 있는 인천의 유·무형의 역사적 산물들을 체계화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문화유산에 대한 인천인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역사와 경제가 함께 어울어지는 인천으로 탄생되어야 할 것이다.

21세기의 화두는 흔히 문화라 말한다. 각 지역마다 앞 다투어 지역의 미래상과 발전방향을 역사문화에서 찾을 것이다. 선량들이 새 술을 새 푸대에 담는 지금의 출발점에서, 또 한번 인천의 역사문화지수의 상승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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