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열광으로 들끓게 했던 2006년 독일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스위스전을 끝으로 16강에 탈락하므로써 우리들의 월드컵 열기는 사실상 끝난 셈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우리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당시의 영광이 재연되도록 2006년 독일 월드컵에 기대하는 바가 컸고 한편으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우리의 성적이 심판의 편파적 판정때문이라고 비야냥 대는 유럽이나 일부 아시아의 국가들에 대해 이번 기회에 한국축구의 실력을 확인시켜 주기를 바라면서 국민들은 더욱 더 열광적인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평상심을 찾고 그 동안 우리들의 흥분과 기대로 인해 혹시 간과할 수도 있었던 점들에 대해 살펴보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9개월간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몸담았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27일 오전 한국생활을 정리하는 고별기자회견을 가졌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축구의 발전과 미래에 대해 몇가지 조언을 했다.

“대표팀의 모든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에 서기 위해 열심히 했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한 단계 전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국제 경험이 필요하다. 이는 K리그클럽팀도 마찬가지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월드컵에서 만난 스위스는 20명 가까이가 선진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선수들이 기술이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자기보다 나은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우리 축구의 수준이 유럽팀에 비해 떨어진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유럽축구와 활발한 교류가 있어야 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이번에 16강에 탈락한 팀 중에 실력이 있는 팀도 있기는 하지만 16강에 오른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다 올라갈 만한 실력있는 팀이었다.

스위스전 이후 어떤 갤럽조사에 의하면 우리가 운이 나빠 16강에 못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56%)이 실력 때문에 들지 못했다고 생각한 사람(41.5%)보다 많았다.

스위스전 이후 FIFA(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에 한국 네티즌들이 항의성 접속이 폭주해 FIFA가 접속을 차단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해진다.

속은 상하고 심판의 판정에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옳은 태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솔직히 우리의 실력이 아직은 유럽축구에 못 미침을 인정하고 우리의 실력을 키우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우리에게 유럽축구가 인정할 만한 실력이 있다면 굳이 월드컵의 16강에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력이 없는데 운 좋게 16강에 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비록 프랑스가 2002한일월드컵에서 1승도 하지 못하고 조별경기 예선탈락을 했지만 여전히 프랑스 축구는 세계의 최강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비록 16강에 못 들었어도 안팎으로 많은 걸 얻었다.

밖으로는 외국에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지는 계기가 됐고 한국이 더 이상 축구의 변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렸으며 안으로는 골치 아프고 어려운 경제 사정을 모두 잊고 잠시나마 온 국민이 뜨거운 가슴으로 하나가 됐다는 점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우리 국민 모두가 박수를 보내며 격려를 해야 할 것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력이 부족했다. 실력을 기르자.

그것만이 진정 4년 후를 준비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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