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권력 향연의 주인공들’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된 지 벌써 6개월째다. 제도권의 운영체제와 업무파악의 어려움, 집행부 관계자들과 인간관계 미숙함 등 몸에 밴 경직성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꼬리표가 붙는 것이 결코 기분 좋을 리가 없다. 그러나 책임과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고, 집행부 견제 감시기능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교육위원회가 어찌하다 내·외부에서 불신받는 기구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아냥을 듣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인천교육예산 1조9천억 원을 심의하고 교육현장의 정책집행방향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교육위원회가 갈등과 분열, 관행과 이기주의로 기본적인 기능조차 의심받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말로만 감시하고 ‘교육의 공공성’ ‘교육위원이 인천교육의 중심’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하는 척’과 집행부의 ‘듣는 척’의 관계를 관성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우선 구성원의 학맥, 인맥, 상명하복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교육전문직을 우대하는 교육위원회의 인적 구성 상 좋든 싫든 과거 직속상하관계와 주변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뿐더러 관리직 교육경험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거나 개인적인 이해득실을 따져 행위한 결과의 무책임과 무소신, 우유분단함과 침묵의 일상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그러니 내 사람 관리만 잘 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질 수밖에 없다.

둘째, '누구나 출마' = '아무나 출마'로 자질검증 장치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7·31 교육위원 선거일이 확정됐다. 260만 명 중 0.2%인 5천500여 명의 학교운영위원이 선거에 참여한다. 이번 선거는 ‘덕망이 높은 자’ 로 표기된 것 외엔 후보자격을 검증할 장치 없이 해괴하기 짝이 없는 선거법의 불합리와 무관심 속에서 치루어질 판이다. 범죄행위로 징계를 받거나 무관심 속에 각종 이권개입과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 원론적 수준의 교육관과 ‘한’ 풀이용 교육관을 되새김질하는 인물, 퇴임 후 적당한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여기는 인물 등 각양각색의 후보출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행여나 학교행사 놓칠세라 고유 업무는 뒷전인 채 선거운동으로 그동안 분주했으니, 진정 교육을 걱정하는 인물은 찾기 쉽지 않다. 현직을 유지한 채 출마가 가능한 교육위원 선거가 ‘끼리끼리’ ‘패거리’ 집단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미 판이 깨진 지 오래된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외치는 것조차 학교현장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에겐 부끄러울 뿐이다. 선거법만을 탓해야 할 것인지. 이 조차도 개정은 뒷전이고 천막농성이 자리를 대신했다.

셋째, 제4기 16년 동안 운영규정 없이 관행과 관성에 젖어 의사소통의 과정과 결정에 심각한 결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사회든 역사와 문화적 특성으로 철학이나 이념, 구성원의 특성과 개성, 집단의 이해관계가 달라 의사소통과 결정과정의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규정이나 규칙 없이도 상식적이고 합목적적인 논의가 가능하거나 첨단설비와 전화 한 통화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면 좋지만 지금 현실을 들여다보면 회의소집과 논의조차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릴 정도이니 어떤 소통이 가능하겠는가. 인천교육에 책임을 지고 선출된 구성원으로 함께 가야하는 운명일진데 구성원의 전문성이 구호가 아닌 교육의 가치를 공유하는 데 힘을 쏟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으로, 자치단체와 지역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 및 연대를 시작해야 한다. 교육구성원이 교육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한다. 교육기본법에도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 하도록 운영해야 하며, 어떠한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의 전파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교사의 학생교육에서 지켜야할 행위를 규정함이지 집단의 이익과 이념을 극대화하고 도구화하도록 허용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교육위원회는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 인색해서도 안되며 이를 수렴하고 조정하는 데 게을리해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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