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의 뜨거운 열정은 없다.

다정한 여인이 손을 잡고 한가로이 거니는 모습이 아름답다.

어린 자녀와 함께 돌덩이를 뒤집으며 작은 소라며 방게를 잡는 아빠의 웃음소리가 정겹다.

가을바다는 그렇게 다가온다.

아직 늦더위가 기승이지만 바다는 최고의 가을 정취를 선물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월미도를 비롯한 아암도, 소래포구를 중심으로 친수공간을 조성했다.

항구 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높이고 시민들의 휴식처를 제공키 위해서다.

여름바다의 추억을 못잊는 사람들과 함께 가을바다를 찾았다.

나중에 꼭 한 번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다시 찾고 싶다는 심정이었다. 〈편집자 주〉


▶월미도

인천 뿐 아닌 전국적인 명소로 깔끔한 횟집과 전망 좋고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들이 즐비한 곳이다.

바다를 향해 놓인 낭만적인 벤치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월미도의 백미다.

오전 10시.

월미도 순환로를 이용해 차량을 주차했다. (이곳을 이용해야 무료주차할 수 있다)

5분 남짓 걸어가 월미도 광장에 도착했고 그 중심에 있는 친수공간을 찾았다.

다소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바다와 맞닿은 약 70m 길이의 친수공간을 접할 수 있었다.

10여 명의 낚시꾼들이 망둥어며 놀래미 등을 잡고 있었고 여인들은 바다를 배경으로 추억을 담고 있다.

결혼 1주년을 맞아 이곳을 찾았다는 정상인(29)·오명순(27·여·서울 관악구 봉천동)씨 부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월미도를 접하고 처음 왔다”며 “평소 바빠서 여름휴가도 제대로 못 보냈는데 늦었지만 바닷가를 접하니 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다”고 한다.

친수공간을 뒤로 하고 영종행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월미도에 왔다면 바닷물을 가르며 질주하는 여객선은 꼭 권해볼 만하다.

월미선착장과 영종을 왕복하는 여객선은 오전 7시 첫 배를 시작으로 오후 9시 마지막 배까지 약 20~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편도 성인 1인 2천 원, 학생 1천500원, 승용차 기준 6천500원)

십여 분 남짓, 미리 준비한 새우깡이 갈매기 먹이로 다 떨어질 쯤이면 영종선착장에 도착한다.

곧바로 찾은 어시장.

어시장에 들어서면 광어며 우럭 등 싱싱한 횟감을 비롯한 각종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서 횟감을 사다가 인근 횟집에 건네주면 약간의 비용을 받고 야채와 양념 및 매운탕을 제공해 준다.

일행은 우럭 1마리와 광어 1마리를 2만 원에 구입, 점심을 해결했다.

일반 횟집에 비해 싸고 푸짐한 싱싱한 회가 입안을 돌아 식도로 넘어가는 맛이 일품이다.

오후가 돼 다시 찾은 월미도엔 한층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월미랜드에서 놀이기구를 즐긴 뒤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일몰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전국에서 가장 짜릿한 월미도 바이킹


월미도 놀이공원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아폴로 디스코와 바이킹.

`월미도에 가면 바이킹을 타야 후회가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이곳의 바이킹은 전국에서 가장 짜릿하기로 소문나 있다.

`아폴로 디스코를 모르면 당신은 원시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을 만큼 아폴로 디스코 역시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아폴로 디스코를 진행하는 입담 걸쭉한 DJ들의 솔직담백한 유머가 재미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 경인전철 인천역 앞에서 2, 15, 23번 시내버스 이용.

고속도로 : 제1경인고속도로 인천 방향 종점 직진-인천항 우회전-월미도 이정표를 바라보고 좌회전.

제2경인고속도로 인천방향 종점 직진-차이나타운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월미도 이정표 바라보고 좌회전.


15년 만에 다시 찾은 월미도

“15년 전 신혼여행지로 월미도를 왔었죠.”

이승철(42)·지선심(42·여·부천 원미구 심곡동)씨 동갑내기 부부는 월미도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다.

15년 전 신혼여행지로 이곳을 택했기 때문.

결혼 15주년을 맞아 자녀 이정화(12)양과 함께 다시 찾은 월미도는 많이 변했다고 한다.

“그땐 유명 카페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이런 친수공간도 없었고 놀이공원도 없었죠.”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월미도에서 바라보는 노을 하나 만큼은 최고라는 이 씨는 바쁜 일상으로 제대로 결혼기념일 한 번 챙기지 못했는데 이번에 가족과 함께 나오니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간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자주 다녀야겠어요. 가족 나들이 코스로 월미도를 적극 추천합니다.”

 
▶아암도

송도국제도시와 연결된 해안도로를 차량을 이용해 달리다보면 아암도 해양공원과 만나게 된다.

3천여 평의 아암도는 물이 차오르면 섬이 됐다가 물이 빠지면 걸어서도 갈 수 있던 작은 섬으로 공원이 조성되기 전부터 갯바위와 숲이 아름다워 관광객이 많았던 곳이다.

인천시는 지난 2000년 이곳의 해안 철조망을 없애고 약 2km 길이의 공간을 공원으로 꾸몄다.

바로 아암도해양공원으로 갯벌체험장을 비롯해 산책로, 벤치, 주차장 등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육지에서 바다로 내려갈 수 있게 계단을 만들었고 자연스레 조성된 갯벌을 따라 산책로를 조성했다.

갯벌체험은 물론 하이킹을 비롯한 일몰 등을 볼 수 있어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물이 차면 계단에 편히 앉아 망둥어 낚시를 즐길 수 있는데 꾼들은 하루 평균 30~40마리는 기본으로 낚는다고 한다.

반면 물이 빠지면 갯벌을 가로질러 바닷가로 이동해야 한다.

이땐 허리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 일명 가슴장화가 필수품이다.

개원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겨울철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

인근 라마다송도호텔에 숙박을 정했다면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한다.

 ▶소래포구 및 해양생태공원


소래포구

소래포구의 가을은 젓갈시장으로 통한다.

김장철이면 젓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붐볐고 지금은 사라진 협괘열차를 타려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포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어시장과 인근 횟집의 난립으로 포구로서의 운치는 많이 사라졌지만 각종 젓갈류를 비롯해 철마다 꽃게며 새우, 우럭 등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포구와 어우러진 노을이 아름다워 저녁시간을 이용, 정감어린 시장상인과의 입담과 함께 노을을 벗삼아 가벼운 나들이를 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일행이 이곳을 찾은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한 짭짜름한 젓갈 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올해는 꽃게가 풍어란다.

그래서인지 상가 곳곳에서 30cm는 족히 됨직한 산 꽃게를 진열하고 손님을 맞느라 정신없었다.

1kg에 1만2천 원. 지난해에 비해 3천 원 가량 저렴하다고 한다.

조개구이(2만 원)와 바지락 칼국수로 점심을 마친 뒤, 협궤열차의 추억을 찾아 소래철교에 올랐다.

시장 골목을 뱅뱅 돌아 겨우 소래철교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예전엔 이곳에 안전망이 없어 밑으로 보이는 바닷물이 무서워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지나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중삼중으로 안전망이 설치돼 어린이들도 뛰어 다닐 만하다.

그 옛날 철교의 모습이 한편으론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교를 건너면 바로 시흥시로 넘어간다.

철교를 중심으로 인근 상가에서 막걸리 한 사발에 1천 원씩 판매하고 있는데 안주는 돼지껍데기를 비롯해 각종 튀김류, 야채 등이 공짜다.

이곳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인 후 인천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해양생태공원을 찾았다.


해양생태공원



총 면적 2만7천 평.

퉁퉁마디(개벌에 자라는 한해살이 풀)며 방게 등의 생태환경이 잘 보전돼 있는 곳.

생태공원에 들어서면 소금 생산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시는 이미 생명을 다한 폐염전을 지난 1997년 소금 체험장으로 꾸몄다.

저수지의 물을 난치지역으로 옮겨 증발시킨 후 다시 늦태지역으로 이동, 보름 후 결정지역에 다달아 소금으로 변하는 과정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각 단계별로 물을 옮길 때 쓰이는 수차도 손수 돌려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생태공원의 장점은 갯벌체험.

직접 들어가 손으로 직접 뻘도 만지고 방게를 잡다 보면 어느덧 갯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관리 주체인 인천시 동부관리사업소는 이곳에 전시관을 비롯해 생태학습교실, 해수연못 등을 마련하고 관람객을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염전의 역사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제염 개척지는 인천 주안염전이다.

지금의 경인전철 주안역 뒤부터 동암역 중간지역에 이르는 주안염전은 지난 1907년 조성됐다.

그때부터 서해안 일대를 중심으로 많은 염전이 형성됐는데 소래염전의 경우 일제시대인 1931년 조성돼 62년간 운영되다가 지난 1996년 폐업했다.

`인천 짠물'이란 말이 헛 나온 말은 아닌 듯 싶다.

소래포구 가는 길

대중교통 : 경인전철 주안역, 동암역, 제물포역에 하차 21, 38번 시내버스를 이용.

고속도로 : 제2경인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월곶나들목 진출 후 77번 국도에서 우회전-월곶포구 이정표가 나오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소래포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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