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문화 지형도 = 코디 최 지음.

20세기 세계사를 풍미했던 사조들의 시작과 소멸과정을 통해 20세기 문화와 사상의 흐름을 그려본 안내서.

저자 코디 최(한국명 최현주·45)는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다가 1980년대 초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패서디나 아트센터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그로브음악학교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했으며, 1994년부터 10년간 뉴욕대(NYU)에서 부교수를 지낸 예술가 겸 문화이론가다.

저자는 모더니즘,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후기구조주의 등 유럽에서 탄생한 사조들은 미국으로 전파돼 자본주의의 거센 바람에 섞여 새로운 얼굴로 탄생했고 다시 아시아 등 제3세계와 유럽으로 역수출돼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안그라픽스. 248쪽. 1만3천 원.

코디 최는 책 출간에 맞춰 1960년대 이후 유럽과 아시아를 강타한 미국 대중문화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는 개념미술 작업을 종로구 화동 pkm 갤러리에서 전시한다.

어린 딸의 태변을 묻힌 장판을 2년간 묵혔다가 꺼내 액자에 넣은 평면 작품, 미국생활에서 얻게 된 위장병을 치료하느라 복용한 분홍빛 액체 위장약을 묻힌 화장지를 쌓아올린 `생각하는 사람' 패러디 조형물, 시대와 나라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되는 다윗(다비드)을 본뜬 밀랍조각 등이 소개된다.

26일부터 11월15일까지. ☎02-734-9467.

▶디자인 불변의 법칙 100가지 = 윌리엄 리드웰·크리티나 홀덴·질 버틀러 지음. 방수원 옮김.

제품 디자인이나 그래픽 디자인, 건축 디자인 등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놓치지 않고 지켜야 할 원칙 100가지를 알파벳 순서로 구성한 실용서.

고려문화사. 216쪽. 2만5천 원.

▶죽음의 향연 = 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1988년 논픽션 `원자 폭탄 만들기'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가 세계 각지의 과학자를 인터뷰해 광우병이 어떤 질병인지,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가졌는지 설명했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으로 국내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지 3년 만인 올해 9월11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결정됐다. 광우병은 이처럼 전 세계적 문제다.

1997년 스탠리 프루지너 박사는 광우병의 원인으로 단백질의 일종인 프리온을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저자는 광우병의 감염원이 단백질이 아닌 바이러스라고 주장하며 프루지너 박사의 노벨상 수상에 반기를 든다.

저자는 광우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감염성은 낮지만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음식물 속에 숨어있는 이 질병은 감염 후 몇 달에서 길게는 몇십 년까지 잠복하고 있다가 뇌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돼서야 확인할 수 있다.

리즈 대학교의 미생물학 교수인 리처드 레이시 박사는 “인간 광우병의 평균 잠복기가 25~30년이라고 봤을 때, 이 유행병은 2015년 무렵 정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며 “만일 현재 인간 광우병 발병 숫자가 1년에 50%씩 증가한다면 그때까지는 1년에 약 20만 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언스북스. 367쪽. 1만6천 원.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 올리버 색스 지음. 한창호 옮김.

신경과 의사인 저자가 등산 도중 부상을 입은 뒤 경험한 일들을 적은 병상일기.

그동안 환자들의 삶을 기록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등 주로 의사 입장에서 책을 써온 저자가 이번에는 부상 이후 병원 진료 시스템의 완고함,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의료진 등을 환자가 돼 비판했다.

저자는 노르웨이에 있는 산을 혼자 등반하다가 짙은 안개를 만나 하산하던 중 바위 절벽 아래로 떨어졌고 그곳을 지나던 사람들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여기에서부터 본격적인 병상일기가 시작된다.

자신이 누른 병실 벨 소리에 응답도 하지 않는 간호사, “의사들은 수술하는 과정 내내 당신이 말을 하거나 질문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하는 의료진 등을 접하며 저자는 “환자는 의사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나”라며 분통을 터트린다.

소소. 266쪽. 1만2천 원.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 = 조지프 A. 아마토 지음. 김승욱 옮김.

역사학 박사 출신인 저자가 원시시대부터 최근까지 인류의 걷기의 궤적을 좇았다. 저자는 우선 걷기를 발과 땅, 인류, 세상 사이의 변화무쌍하고 지속적인 대화로 규정한다. 그래서 “걷기는 말하기”라고 강조한다.

중세시대 보행자들은 말을 타고 다니는 기사나 귀족을 만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하는 자신의 열등한 지위를 깨달았고, 18세기에는 상류층의 산책문화가 탄생해 그들만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우아하게 걷는 법이 개발됐다.

19세기 말 낭만주의 사조가 등장하면서 고독을 좋아했던 사상가들은 걷기를 통해 세상과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했다. 20세기 들어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많은 국민에게 같은 음악에 맞춰 행군하게 해 내부 결속을 다졌다. 자가용과 대중교통수단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요즘에는 걷기가 선택이 됐다.

작가정신. 568쪽. 2만5천 원.

▶누가 달을 만들었는가 = 크리스토퍼 나이트·앨런 버틀러 지음. 채은진 옮김.

베스트셀러 작가인 두 저자는 “누가 달을 만들었는갚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인간에 의해 달이 창조됐다는 주장을 펼친다.

책은 이 질문에 세 개의 가설을 제시한다. 신, 외계문명, 인간이 각자 달을 만들었다는 가설이다. 저자들은 이 가운데 인간에 주목한다.

계속 진화하는 인간이 앞으로 고도의 과학기술을 이룩해 타임머신을 타고 4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며 인간이 이 달을 이용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가설이다.

말·글 빛냄. 336쪽. 1만3천 원.

▶당신, 내 말 듣고 있어요? =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꿈같은 열흘간', `내 안경이 어디 있지?' 등을 쓴 프랑스 여성작가의 장편소설.

출판사 사장을 남편으로 둔 베스트셀러 작가의 일상이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주인공 `당신'은 중산층 주부다. 지루하고 단조로울 것만 같은 그녀의 일상은 바람 잘 날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옛 애인을 버리고 만난 지 열흘 밖에 안된 브라질 출신 댄서와 불 같은 사랑에 빠진 막내딸, 시설 좋은 실버타운에서 살다 갑자기 사라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퇴역 해군 소장과 결혼했다는 팩스를 보내는 시어머니 등으로 신경 쓸 일이 많기 때문이다.

38년 간 함께 산 남편에게 `사랑해'라는 말 한 번 듣지 못했지만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는 주인공, 담임 선생님에게 열정을 가진 일곱 살짜리 막내 손자 등 소설 곳곳에 나오는 주인공 가족의 사랑 이야기는 웃음을 짓게 한다. 가벼운 이야기 속에 인생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푸른길. 336쪽. 1만 원.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냉정과 열정사이', `도쿄타워'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여성작가의 성장소설.

어느 여자고등학교의 교실에서 벌어지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었다.

책에 실린 단편 6편 가운데 `초록 고양이'에는 `나'와 `에미'가 등장한다. 둘은 학교도 같이 가고 도시락도 함께 먹는 단짝 친구다. 하지만 에미가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면서 둘 사이에는 거리가 생긴다. 에미는 “나는 초록 고양이가 되고 싶어. 다시 태어나면”이라거나 “그 고양이는 외톨이로 태어나 열대우림 어딘가에 살고, 죽을 때까지 다른 생물과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아”라고 말한다.

책에는 이밖에 엄마와 둘이 사는 `기쿠코'의 이야기를 적은 `손가락', 엄마와 쇼핑을 즐기는 것보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가 더 좋은 `유즈'의 사랑 이야기 `천국의 맛' 등이 실렸다.

소담출판사. 184쪽. 9천 원.

▶인어의자 = 수 몽 키드 지음. 양선아 옮김.

첫 번째 장편 `벌들의 비밀생활'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장기간 이름을 올렸던 여성작가의 소설.

능력 있는 남편, 잘 자라준 딸, 좋은 집을 가진 40대 초반의 `제시'는 미술대학을 나온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고향 `해오라기 섬'으로 간 제시는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수도사 `토마스'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자신의 가정에 머무를 것인가를 고민하던 제시는 결혼을 다시 되돌아본다.

인어의자는 해오라기 섬의 수도회 사원에 있는 의자다. 날개 달린 인어가 조각된 아름다운 이 의자는 인어였던 성녀에게 바쳐졌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인어의자는 주인공의 갈등을 해결 짓는 중요한 매개체로 나온다.

문학세계사. 388쪽. 1만500원.

▶레즈비언을 사랑한 남자 = 호세 루이스 삼페드로 지음. 김현철 옮김.

스페인 학술회원으로 문학가이자 경제학자, 정치인 등으로 활동한 저자의 소설.

남자로 살길 원하는 여자, 여자가 되길 원하는 남자가 각자의 성을 버리고 사랑한다는 내용으로 인간의 성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다.
  북스페인. 416쪽.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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