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자존심을 건 축구 맞대결에서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승리를 맛보지 못한 게 어느덧 3년 가까이 흐르고 있다.

지난 2003년 9월17일 `상암벌'에서 김동진(제니트)이 2골을 터트리며 2-1 승리를 맛본 이후 3차례 치른 올림픽대표팀 한일전에서 한국은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의 씁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림픽대표팀은 지난 14일 치른 올해 첫 한일전에서 박주영(서울)이 기막힌 선제 헤딩골을 넣고도 자책골이 터지며 다잡은 승리를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을 연출해 임시 사령탑을 맡은 홍명보 대표팀 코치의 어깨를 늘어뜨리게 만들었다.

더구나 최근 19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 아시아 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승부차기를 벌인 끝에 3-4위전으로 밀려나는 아픔을 맛본 뒤 `형님' 격인 올림픽대표팀마저 연속적으로 다잡은 승리를 놓치면서 국민적인 실망감도 크다.

이 때문에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21세 이하(U-21) 올림픽대표팀은 21일 오후 7시20분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한판 승부'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베어벡 감독으로서도 프로축구 K-리그 사령탑들과 대표팀 차출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을 펼친 데다 아시안컵 예선 이란원정에서 0-2로 완패를 당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터라 이번 한일전을 맞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의 상황은 지난 14일 홍명보 코치가 임시로 사령탑을 맡을 때보다 좋지 않다. 한일전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온 골잡이 박주영(서울)과 공격조율이 좋은 오장은(대구) 등 주력선수들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고, 백지훈(서울)은 K-리그챔피언 결전을 위해 소속팀으로 복귀하면서 오히려 전력에 누수가 생겼다.

반면 소리마치 야스하루 감독이 이끄는 일본 올림픽대표팀은 지난 1차전 때보다 선수가 보강됐다. 최근 네덜란드 프로축구에서 J-리그로 복귀한 `괴물' 히라야마 소타(FC도쿄)가 오랜만에 한일전에 나서게 된 것.

소리마치 감독은 192cm 장신의 히라야마와 네덜란드에서 귀화한 로버트 카렌(이와타)을 최전방 투톱으로 내세워 공중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작전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히라야마는 지난달 25일 중국 올림픽대표팀과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했지만 `신의 손'이라고 불릴 정도의 핸들링 성향이 깊은 골을 넣은 터라 이번 한일전에 논란을 잠재울 골에 대한 열의가 높다.

히라야마는 일본 스포츠신문 닛칸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강하기 때문에 즐겁다. 이번에는 머리로 골을 넣겠다”며 헤딩 득점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맞서는 `베어벡 올림픽호' 역시 195cm 장신의 심우연(서울)과 186cm의 양동현(울산)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와 측면의 발 빠른 이승현(부산)을 비롯해 뛰어난 골결정력의 이상호(울산) 등 공격자원은 풍부하다.

다만 19세 대표팀에서 최근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과 기존 선수와의 호흡문제와 더불어 한일전에 대한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내는 가에 따라 베어벡 감독의 승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과연 위기의 시절에 접어든 베어벡 감독이 어떤 용병술과 전략으로 일본원정에서 승리를 거두며 최근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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