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동생, 오르지 않는 성적, 옛날 이야기만 늘어놓는 할머니… 아이들의 삶이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도 나름의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간다.
   
동화작가 김리리씨의 동화집 '검정연필 선생님(창비 펴냄)'에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아이들의 심리를 읽어낸 동화 3편이 실렸다. 3편 모두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을 재미있게 그린 작품이다.
   
표제작 '검정연필 선생님'은 초등학교 아이들마저 성적을 고민하는 세태를 재치있게 꼬집었다.
   
바름이는 짝 수연이의 성적이 계속 올라 속상하다. 수연이를 보면 괜히 기가 죽고 수연이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바름이 엄마는 누구라도 성적을 올려준다는 검정연필 학습지를 신청한다.  검정연필 선생님은 바름이에게 조그만 검정 연필을 선물한다. 연필 속에는 컴퓨터 칩이 들어있어 정답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바름이는 검정연필로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다. 하지만 바름이는 수연이도 같은 방법으로 성적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고난 뒤 왠지 검정 연필이 보기 싫어진다.
   
'이불 속에서 크르륵'은 두 동생과 엄마 사이에서 구박만 받는 첫째 딸의  이야기다. 이불에 오줌을 싼 수민이에게 엄마가 파란 별무늬 이불을 사준다. 이불  속에서 만난 도깨비는 수민이에게 이야기를 해줄 때마다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수민이는 '만화영화 실컷 보기', '이불에 오줌 안싸기', '아빠가  동생  기저귀 갈아주기' 처럼 평소에 원하던 소원을 이야기한다.
   
'할머니를 훔쳐 간 고양이'의 주인공 사랑이는 옛날 이야기만 하는 할머니가 불만이다. 어느 날 사랑이는 도둑고양이를 만난다. 사랑이에게 남는 밥을 얻어먹은 도둑고양이는 무엇이든 훔쳐주겠다고 한다. 사랑이는 할머니의 옛 기억을 모조리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한상언 그림. 144쪽. 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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