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은 더욱  오르고 서민은 죽을 맛이요. 백성이 무슨 노리개요. 똑바로 좀 하시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이 아니다. 코미디 프로그램 대사 중 일부이다. 최근 북핵 문제와 부동산 대책, 정계 개편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시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짧은 호흡의 코미디 흐름 속에 주춤했던  풍자 개그가 살아나고 있는 것.
   
MBC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야'의 '미인본색' 코너는 지난 13일과 20일 방송에서 연이어 부동산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이 코너는 조선의 기녀로 분한 김세아와 이경애가 개인기 대결을 펼치다 때로는 '나랏님'에게 쓴소리를 하는 형식으로  웃음을 전한다.
   
이들은 "집값을 내린다고 한양 근처에 새로 마을을 또 짓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집값이 올랐다"라며 "한양 집값 내린다고 신도시 발표해놓고 온동네 집값 죄다 올려놨다"라고 신도시 문제를 비꼰다.
   
또한 "요즘 주둥이를 잘못 놀려서 큰 낭패를 보고 있는 나랏님들이 있다고 한다"면서 "온나라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서는 반성하기는커녕 '지금 집 사면 낭패요' 하고 앉았으니 열받는 일"이라고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꼬집었다.
   
나아가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  이른바  '3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의 최근 심상치 않은 행보와 정치권의 움직임도  직설적으로 풍자한다. 
   
27일 방송에서는 "편하게 잘 지내고 계시는데 옆에 계신 양반들이 콩고물  얻어먹으려고 부추기며 가만 놔두질 않는다"는 내용이 방송될 것으로 전해졌다. 
   
'개그야'의 노창곡 PD는 "'미인본색'은 제대로 된 풍자를 시도해 보자는 취지로 만든 코너"라며 "현실 상황을 조선시대 기녀들의 이야기로 부담없이 전하려 하며 조금씩 더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김'은 배칠수의 성대모사가 돋보이는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3김퀴즈' 코너 등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시사 풍자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KBS도 최근 풍자 코미디를 대폭 강화했다.
   
지난 3월 종영된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그램 '폭소클럽'은 '폭소클럽2'로 새롭게 단장해 25일부터 KBS 1TV에서 첫 방송한다. 제작진은 '폭소클럽'보다  사회  풍자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회에서 이슈가 된 사건과 연관된 단체나 사람들을 대변하는 형식의  시사코미디 '대변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일반 뉴스를 재구성해 풍자하는 코너  '뉴스 리모델링' 등이 대표적인 풍자 코너.
   
KBS 2TV가 22일 신설한 정통 비공개 프로그램 '웃음 충전소'의 '대안제국'도 정치 풍자의 무대이다.
   
이계인이 황제로 등장하는 이 코너의 첫회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김구라가 법무대신, 장동민이 문화관광부 대신, 그룹 LPG의 한영이 여성부 대신 역을 맡아 좌충우돌하는 회의를 하고, 이를 통해  서민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대변한다.
   
SBS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형님뉴스'도 풍자 코드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조직폭력배들이 뉴스를  진행하는  형식의 이 코너는 "~가 ~다워야 ~지"라는 유행어와 함께 풍자를 시도한다.
   
최근에는 부산 수협 법인카드 유흥업소 사용, 검단 신도시 개발 투기 열풍,  보건복지부 금연통계 왜곡, 취한 승객 버스기사 폭행 사건 등의 뉴스들을 도마에 올렸다.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혹은 부활한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축으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는 풍자 개그 코너들, 한층 뼈있는 웃음으로  새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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