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도 도로, 가로등, 중앙선과 신호등이 있다

 
아무 것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외항선들은 어떻게 길을 찾아갈까?

어느 누구나 바다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것이다.

바다에도 육상의 도로와 마찬가지로 가로등도 있고 중앙선과 교차로, 분리대, 신호등 같은 교통시설-항행시설이 있다.

▶바다의 도로 = 중국 명나라의 정화나 콜럼버스, 마젤란 같은 중세시대의 항해사들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태양이나 달, 별 등의 하늘에 있는 천체들을 보고 자신의 배가 있는 위치를 알았다고 한다.

이 방법은 자동차나 배에 GPS를 달고 다니는 요즘 배들에서도 이용되기도 한다. 다만 `육분의'라는 기구와 `천측력'이라는 도표 외 몇 가지의 책들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항해사를 키워내는 우리나라 해양대학교에서는 천체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을 가르치는 `천문항해'라는 과목을 전공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오늘날 항해사들이 천체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천체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데 필요한 장비와 책들을 법으로 강제화해 배 안에 비치하고는 있다. 이렇게 천체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은 GPS가 고장났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예비수단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GPS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아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바다에서 항해사들은 어떻게 할까?

배가 자동차에 비해 천천히 간다고 해서 충돌사고 위험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야경이 멋진, 고요하게만 보이는 인천항 앞바다에서는 항해사들이 극도의 긴장상태로 선박조종에 임하고 있다. 배는 자동차 만큼 잘 돌아가지도 않거니와 멈추기도 쉽지 않아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운전보다 충분한 여유시간을 두고 핸들을 돌리거나 엔진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쁜 바다에서 쉽게 땅 위의 자동차 도로를 예를 들어 본다면, 서울시청 앞 교차로에서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까. 아니다. 배도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를 위해 필요한 게 바로 `부표(BUOY)'다.

부표(浮漂)는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있는 표식이다. 낮에는 부표 몸체의 색깔로, 밤에는 불빛의 색깔이나 반짝이는 간격으로 자신이 어떤 부표인지 나타낸다.

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도로의 차선과 같이 길을 안내해주는 부표, 암초나 얕은 수심을 표시해주는 부표, 배안에 있는 레이더에 전파를 보내 항해에 도움을 주는 부표 등이 그것이다.

이것을 보고 항해사들은 GPS신호 없이 선박조종실의 창 밖을 보기만 해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도 하고, 일렬의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떠있는 부표로 뱃길을 알기도 하고, 저기에는 암초가 있어 가면 안되는구나 하고 피하는 것이다.

이같이 바다의 길을 나타내주는 것을 바다 위의 도로교통안전법 격인 `해상교통안전법'에서는 `항행보조시설'이라고 한다. 이러한 항행보조시설에는 부표 말고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등대가 있다.

▶바다의 가로등 = `등대'라는 제목의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어스름이 피어오르는 저녁 무렵/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항구에서/ 이 바다를 환히 밝혀주는/ 어느 자그마한 집 그 안에서...(후략)

보통의 사람들이 앞에서의 시처럼 등대가 도로 위의 가로등처럼 바다를 환히 밝혀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 낭만적인 구절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등대의 역할은 바다의 가로등이 아니다. 등대의 정확한 기능은 항해사들에게 일종의 표식이 돼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천 앞바다의 유명한 팔미도등대는 `내가 여기서 빛을 낼 테니 항해사들은 눈으로 확인한 나의 위치와 배안에 있는 해도(항해사들은 지도를 `해도(海圖)'라고 함)의 나의 위치를 비교해 선박조종에 참고하라'는 의미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것이다. 선박조종에 경험이 많은 선장이나 도선사들은 이를 해도와 비교하지 않고도 자신의 위치를 한눈에 알아보기도 한다.

  ▶바다의 중앙선 = 바다에는 중앙선이 있기도 하다. 도로처럼 노란색 페인트로 두 줄을 그어 놓은 것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중앙선이 있다. 우리나라 모든 항구의 입·출항하는 뱃길에,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이어지는 대륙과의 사이에 있는 말라카 해협에,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도버 해협에도 이러한 보이지 않는 중앙선이 있다.

이러한 중앙선이 있는 곳을 항해사들은 `통항분리수역'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Traffic Separation Scheme(TSS)'이라고 한다. 이같이 보이지 않는 중앙선은 해도에만 표시돼 있다. 도로의 분리선처럼 선으로 이뤄져 좁은 것이 아니라 배 크기를 감안해 너비 500M 이상의 일종의 구역을 중앙선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중앙선을 항해사들은 `분리대'라고 말한다. 이 분리대를 중심으로 양 편에 뱃길이 나 있고 배들은 이 길을 따라서 정해진 방향으로만 항해한다. 물론 이 길 중간 중간에 도로처럼 교차로가 있다.

▶바다의 신호등 = 바다에도 신호등이 있다.

인천항은 동북아 중심항만으로서의 급성장으로 그 만큼 입출항 뱃길 근처도 항상 복잡하다. 그 모든 선박들을 항만교통관제실에서 모두 통제하기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법으로도 관제대상이 아닌 선박이 지정돼 있어 이러한 선박은 대부분 관제실의 통제를 받지 않고 통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바다신호등은 육지 도로의 신호등과 같이 `홍-녹색'의 등화를 가지고 있지만, 홍등의 경우 그 의미가 도로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바다신호등의 홍등은 `긴급사태 발생시 모든 선박 정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는 항만교통관제실의 허가를 받지 않은 선박의 횡단을 금지하며, 교통신호판에 문자로 `횡단금지' 표시가 점멸 신호로 나타나게 된다.

▶인천항 조류신호소 =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해 5월부터 인천항 출입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해 해역내의 조류 변화가 심한 인천항 기점 45km 지점인 동수도 입구의 부도 및 제1항로와 갑문 입출 항로의 교차지점인 갑문입구 등 2개소에 조류신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조류신호소에는 대형전광판을 설치해 인천항 출입 선박에게 조류의 방향(영문자), 유속(숫자), 경향(기호/유속의 증·감)등 조류의 실시간 상황을 24시간 제공하는 시설이며 전광표지판 외에도 ARS(☎032-886-3468) 및 인터넷(인천지방해양수산청 http://sea.portincheon.go.kr) 등으로 제공하고 있어 누구든지 필요에 따라 항상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해상교통안전시설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조류가 강한 부도등대 부근 협수로를 통항하는 선박의 안전 운항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해난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류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어 해난사고로 야기되는 해양환경오염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바다에도 육지 도로에서 자동차가 운행할 때 필요한 규칙이 있듯이 해상에서도 마찬가지의 역할을 하는 각종 규정에 따른 시설들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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