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한마디로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특별한 히트작이 없었던 데다 게임중독에 의한 자살, 청소년들의 탈선 및 범죄 원인제공 여론 등으로 인해 게임에 따가운 여론이 쏠리던 차에 터진 ‘바다이야기’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버렸다. 이 결과 편의점보다 많다던 성인 게임장이 급격히 사라지고 게임과 도박, 즉 리니지와 바다이야기를 동일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실정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2006’에는 세계 30개국 226개 업체가 참가했고 16만 명이 행사장을 방문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 사건의 후폭풍으로 아케이드게임업체들이 대다수 참여치 않은 상황에서 개최된 행사였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게임산업은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천200억 달러 수준으로 매년 30% 이상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 지식산업이다. 세계적인 부자가 많다는 중국에서도 두번째 부자인 성다그룹의 천톈자오 회장은 우리나라 게임을 중국시장에 배급하는 사업으로 단기간내에 성공했다. 우리 정부도 게임산업을 2010년까지 국내시장 규모 10조 원, 수출 10억 달러로 성장시켜 세계 3대 게임강국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 3대 게임강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장기 목표보다 우선 현재의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첫째, 정부는 게임산업진흥에 대한 확고한 정책 재천명을 해야 한다. 우리의 온라인게임은 지난해 5억6천400만 달러를 수출하면서 세계시장의 25%를 차지했고 모바일게임도 세계 3위 수준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게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지난해 10월에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출범했고 11월에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올해 게임산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세부적인 후속조치를 만들어 실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게임과 사행성 게임인 도박은 분명히 다르다는 인식에서 정책을 펼쳐야 하며, 여론에 밀려 게임산업에 대한 즉흥적인 규제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변신이 요구된다. 최근 몇몇 대기업에서 싹쓸이식 인력영입을 하면서 게임개발에 따른 인건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했다. 이에 따라 게임분야 중소기업이나 지방 소재 기업은 그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또한, 폭력물이나 중독성 위주의 게임만을 양산하다 보니 여론의 지탄을 받게 되고 다양한 소재 기획전문가들은 설 땅을 잃게 되었다. 결국 무한경쟁이 아니라 상생의 길을 걷는 게 절실히 요청된다. 한국영화가 메이저 영화사와 경쟁해 이긴 것도 다양한 소재발굴과 영화인들끼리 단결에 의해 이룩한 성과임을 재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셋째, 게임산업에 간접지원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현재 문화산업 육성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제대로 된 게임영상 전문단지 하나 없다고 하니 ‘게임강국 코리아'라는 말이 무색할 뿐이다. 게임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도 중요하지만 게임 클러스터 또는 단지 등 관련 인프라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요즘 개발비 100억 원이 넘는 게임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반응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게임 전문단지가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지만 게임기업들이 참신한 기획과 시나리오 창작에 주력하는 환경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스타2006’을 통해 우리 게임산업이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게임은 게임이고, 도박은 도박이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우리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 한국인이 단결해 못 해낸 일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하나 되어 이번 위기를 극복해낸다면 2010년 우리는 게임강국 코리아의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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