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 흥행에 성공하면서 고질적인 시나리오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영화계에 빛을 던져주고 있다.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일본 스즈키 유미코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코미디물 `미녀는 괴로워'가 지난달 14일 개봉한 이후 보름여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는 국내에서만 30만여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전신성형수술을 통해 못생긴 `뚱녀'가 절세의 팔등신 미녀로 거듭나면서 발생하는 기발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많은 영화 전문가들은 `미녀는 괴로워' 등 이미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일본 만화의 경우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 묘사가 뛰어나 쓸 만한 시나리오가 턱없이 부족한 국내 영화계 실정에서 좋은 시나리오 소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개봉돼 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타짜'도 원작이 만화인 영화다.
 
허영만 원작 만화인 `타짜'는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도박꾼 세계에 대한 빼어난 심리묘사로 영화화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 `타짜'의 흥행 성공도 원작의 뛰어남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한중 합작영화 `묵공' 역시 수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히데키 모리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
 
영화의 흥행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원작 만화의 뛰어난 작품성이 영화의 완성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도 미네기시 노부아키의 인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쇼박스 관계자는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좋은 시나리오”라며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만화 작품을 원작으로 삼을 경우 가장 중요한 조건을 기본으로 갖고 가는 것인 만큼 좋은 영화가 탄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 영화평론가는 “인기 배우나 감독의 `티켓파워'만으로 관객을 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일본 만화의 작품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뛰어난 시나리오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영화계에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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