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경기가 열리는 날. 홈구장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는 어김없이 `대한항공 점보스~ 승리는 우리 거다. 대한항공 점보스 저 높이 날아올라 백전백승 점보스~~'라는 노래가 이곳을 찾은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힘차게 울려 퍼진다.

 이 노래가 더욱 우렁차게 관중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 동안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독무대였던 배구코트에 만년 하위권을 맴돌다 이들을 제압하는 대한항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2006-2007시즌 프로배구 코트를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로 만드는 데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배구장에 연일 구름관중을 동원하며 흥행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2라운드를 마친 지난 17일 현재 도원체육관 뿐 아니라 전체 배구장을 찾은 관중은 6만1천6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3천849명보다 80% 이상 증가했다.

 이는 배구코트에 돌풍을 일으키며 강호 삼성과 현대를 위협하는 대한항공의 거침없는 고공비행이 그 원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969년 창단 이래 팀의 조직력과 파워로 패기 넘치는 배구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동안 성적은 저조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배구의 대중화를 발판삼아 태어난 프로배구로 인해 새롭게 `점보스'라는 팀명을 바탕으로 기존 선수들의 노련미와 투혼에 신인들의 힘과 패기를 더해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번 시즌 3라운드가 진행 중인 현재 7승5패로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캐피탈(9승3패)을 위협하면서 플레이오프라는 첫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비상하고 있는 원동력

 거의 10년 만에 배구의 뜨거운 열기를 맛보고 있는 배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팬과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그 주역이 대한항공이라고 한다.

 이같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항공의 원동력은 브라질 용병 보비(29)와 차세대 거포 신영수(25), 철벽 센터 이영택(30), 김형우(25) 등의 두드러진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 라이트포지션 보비
 # 브라질 용병 보비
 이번 시즌 대한항공 상승세에 가장 큰 에너지가 되고 있는 브라질 특급용병 보비(라이트 공격수).
 지난해 브라질 리그에서 우승을 이끌었을 정도로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한 보비는 장신(208cm)으로 서전트 점프가 높진 않지만 공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 득점부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코트에 대한 적응력도 빠르고, 어린 선수들과는 달리 잔 실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레프트포지션 신영수
 # 차세대 거포 신영수
 보비에 이어 대한항공을 고공비행으로 이끌고 있는 또 하나의 보배는 바로 신영수(레프트 공격수).
 신영수는 한양대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LIG의 이경수를 이을 한국의 거포로 일찌감치 배구전문가들에게서 인정받았다.

 지난 2004년 드래프트 1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그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포지션을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보직변경한 후 지난해 봄부터 레프트 공격수로 집중 훈련하면서 새 포지션에 적응하며 보비와 함께 강력한 좌우쌍포를 이루고 있다.

▲ 센터포지션 김형우
 # 철벽 센터 이영택, 김형우
 대한항공의 최대 약점의 하나로 그 동안 하위권을 맴돌았던 주 원인이 바로 센터 블로커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이영택과 김형우의 무서운 센터 블로커의 활약이 있기에 모든 팀들이 가장 경계하는 팀으로 변모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배구전문가들은 “이영택과 김형우가 이번 시즌 들어 정말 잘해주고 있어 대한항공이 선전하고 있다”며 “현재 어느 팀 센터와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블로킹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아직 부족한 2%

 대한항공이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과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험 미숙과 약한 세터진을 커버할 수 있는 보완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 프로구단 중에서 가장 큰 키를 자랑하고 있는 세터 김영래(192cm)의 낮은 속공비율과 경험부족 때문이다.

 대한항공 공격 중 속공이 차지하는 비율은 다른 팀보다 낮고 성공률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속공의 비율이 낮으면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단순공격인데, 이는 상대팀으로부터 공격의 수를 읽혀 상대 블로킹에 막히는 경우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김영래는 지난해 11월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크기는 같고 세 배 정도 무거운 공을 주문해 하루에 500개 이상 토스 연습을 하고 있다.

 이는 손의 힘을 키워 공이 손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빠르게 토스하기 위해서다.

 인하대 시절 1년 선배 권영민(현대캐피탈)과 은퇴한 김경훈 등에 가려 세터로서 경험이 아직 부족한 김영래는 올 대한항공의 영광을 자신이 만들겠다고 이를 악물고 연습과 경기에 임하고 있다.

   
 
   
 
대한항공 주장 이영택 선수 인터뷰

 “일단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로 잡고 있지만 3~4라운드에서 우리 팀의 숨은 저력을 보여 내친김에 우승까지 가려고 합니다.”

 한양대를 나와 대한항공에 입단해 8년차에 접어들면서 팀의 주장으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센터 이영택(30)선수가 이번 시즌 포부를 밝혔다.

 그는 “패기와 용병 보비, 장신세터, 높이 향상 등이 현재 우리 팀이 고공비행하고 있는 원인”이라며 “전체적으로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하나의 오점”이라고 주장으로서 팀의 장·단점을 진단했다.

 또한 “감독님의 자율적인 훈련을 통한 책임감 및 정신력이 어느 때보다 강해져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시즌을 치르기 위해 어떤 훈련을 중점적으로 실시했냐는 질문에 이 선수는 “모든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리시브 강화 훈련 뿐 아니라 산행, 해병대훈련 등을 통해 체력 및 정신력 강화를 중점 보완했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1라운드에 현대, 삼성을 누르는 등의 선전을 펼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우리한테 왔는데 지금은 좀 부진해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팀의 주장으로서 책임이 무겁다”는 이 선수는 “앞으로 남은 라운드 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해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강팀을 내리 물리치는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이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대한항공 문용관 감독 인터뷰

 “이번 시즌 우리 대한항공의 1차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고 이어 최대 목표는 팬들에게 우승을 안겨드리는 것입니다. 남은 경기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텝들이 한마음이 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하대를 거쳐 현대자동차서비스배구단에 입단해 지난 1978년부터 1986년까지 국가대표를 거쳐 인하대 코치 및 감독을 역임한 후 지난 2005년 3월부터 대한항공점보스 감독을 맡고 있는 `배구코트의 신사' 문용관(45)감독은 이번 시즌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올 시즌 처음으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이끈 문 감독은 “부상 선수의 복귀와 용병의 활약, 강해진 센터, 점점 성장하고 있는 장신 세터 등을 바탕으로 한 젊음과 선수들의 뚜렷한 목표의식이 현재 대한항공을 이끌고 있는 힘”이라고 팀이 선전하고 있는 원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세터진의 부실과 팀의 경험 미숙 등의 단점을 인정하고 있는 그는 “저희 장신 세터 김영래는 결코 그 자리에서 안주하는 선수가 아니기에 경기와 연습이 반복될수록 계속 성장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동안 양강구도로 침체된 프로배구의 부흥을 위해 대한항공이 큰 역할을 하겠다는 문 감독은 “이제 각 팀 간의 경기력이 평준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배구는 어느 프로스포츠보다 재미있을 것”이라고 한국프로배구의 앞날을 예언했다.

 또 문 감독은 “선수들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해야만 경기력이 향상되고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다”며 “많은 분들이 배구장을 찾아 멋진 경기와 팀의 잘잘못을 지적해주길 바란다”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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