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도면 신도
 요즘은 씀씀이도 많아지고 주5일제를 시행하면서 도시민들은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다녀올 여행지를 알아보느라 귀동냥이 바쁘다.

 좀 여유있는 사람들은 괌이니, 사이판이니 아니면 가까운 중국의 유명 여행지를 들먹거리고 그것도 안되는 사람들은 제주도나 남해의 아름다운 섬을 떠올리며 여행의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이야 외국여행은 고사하고 가까운 에버랜드도 가기 어려워 주5일제 시행 이후 주말이며 가족들과 떠날 나들이 계획에 그야말로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 북도면 모도 장봉도
 하지만 인천공항 주변에는 큰 돈 들이지 않고 간단한 점심거리만 준비하면 가족들과 함께 하루 일정으로 외국의 유명 여행지 뺨치는 곳을 다녀올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천공항 주변에 명소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2회에 걸쳐 소개한 인천공항 주변의 영종·용유도와 무의·실미도를 다녀온 독자들이라면 이제 영종도 북쪽에 나란히 떠 있는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가 된 환상과 낭만의 섬 장봉도·신도·시도·모도로 떠나보자.

 영종·용유도, 무의·실미도가 인천시 중구에 속해 있는 데 반해 장봉도와 신도·시도·모도는 영종도에서 북쪽으로 빤히 보이지만 행정구역으로는 1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옹진군에 속하고 이들 4개 섬을 합쳐 북도면이라 한다.

   
 
   
 
 북도면의 이들 4개 섬에는 물이 차면 아무 해변이나 첨벙 들어가 발을 담글 수 있고 낚싯대가 있다면 갯바위에서 세월을 낚기도 하고 또 물이 빠지면 갯벌에 나가 바지락이며 동죽을 캐기도 하고 주변 절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가족들과 오붓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해 영종대교를 지나 한참 달리다 보면 화물터미널 공항지원단지 방향으로 빠지는 분기점이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우측의 해안도로를 끼고 5km쯤 가다 보면 삼목선착장이 나온다.

 삼목선착장에서는 어디를 먼저 갈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데 장봉도를 먼저 가는 방법과 연륙교로 이어진 신도, 시도, 모도를 나중에 가는 방법이 있는데 어느 곳을 먼저 가더라도 탄성이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알아둘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요즘처럼 관광객이 많이 몰리지 않고 가족이 함께 떠난다면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단, 승용차로 갈 경우 카페리를 이용하는 만큼 비용부담은 감수해야 한다(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요인이다).

 그럼 편의상 삼목선착장에서 가장 먼저 도착하는 신도를 비롯한 삼형제 섬으로 떠나보자.

 삼목선착장에서 카페리를 타고 배에 올라 가족들과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다 보면 어느새(10분 가량) 신도선착장에 도착하는데 이곳에 여행객을 내려놓은 카페리는 부지런히 다음 도착지인 장봉도로 배를 돌리기 바쁘다.

 삼형제 섬에서 가장 면적이 넓지만 이렇다 할 명소가 없어 시도와 모도로 가기 위해 그냥 지나치는 섬인 신도는 섬사람들이 성실하고 순박하다는 뜻에서 신도라 붙여졌는데 신석기시대 때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다고 한다.

 신도선착장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시도로 들어가는 연륙교가 나오는데 연륙교를 지나 북도면사무소 못 미처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400여 m의 고운 모래밭과 드넓은 소나무밭을 갖춘 시도 유일의 해수욕장인 수기해변이 나타난다.

 잔잔히 부딪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모래를 베개삼아 북쪽을 바라보고 누우면 손에 잡힐 듯 강화 마니산과 동막해수욕장이 지척에 바라다 보인다.

 수기해변에는 바다를 마주하고 지난 2004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풀하우스' 세트장이 자리잡고 있다. 빨간색 지붕에 흰색으로 칠해진 벽과 울타리, 그리고 빨간 우체통이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는 풀하우스 세트장은 주인공들의 손때가 묻은 소품이 그대로 있어 잠깐이나마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져들 수 있다.

   
 
   
 
 이곳에서 500여 m 떨어진 언덕 위에는 `슬픈연가' 세트장이 자리잡고 있다. 극중 건우(연정훈)의 별장으로 사용된 이곳 세트장에는 주인공들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세워져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코스로 이용되고 있으며 2층 방에는 흰색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져 당시 드라마 속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듯하다.

 풀하우스와 슬픈연가 세트장을 뒤로 하고 20여 가구밖에 살지 않는 작은 섬 모도로 넘어가는 길은 하나밖에 없어 연륙교를 지나 하나로 난 길을 쭉 따라가면 나오는 곳이 배미꾸미 해변이다.

 모도로 넘어가는 연륙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밀물과 썰물에 의해 하루에 두 번은 물에 잠기는 잠수교로 `노르메기'라 불렸었는데 지금은 언제든 다닐 수 있게 상판이 올려지고 고풍스런 가로등이 설치돼 어둠이 깔리면 가로등이 비추는 바닷물은 몽환의 세계를 연출한다.

   
 
   
 
 모도의 형세가 배 밑바닥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배미꾸미 해변에서는 예상치 못한 조각공원이 펼쳐져 있다. 조각가 이일호 선생이 500여 평의 잔디밭에 자신의 작품 20~30여 점을 전시해 쓸쓸한 섬 모도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여행객들에게 삶의 근원과 꿈꾸는 법을 일깨운다.

 상체를 활처럼 휜 채 두 팔을 벌려 하늘로 비상하는 여인상과 모래사장에 서로의 몸을 포갠 얼굴 윤곽만 있는 남녀의 상 등이 인천공항 이착륙 항로로 모도 상공을 지나가는 항공기에 몸을 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별과 재회가 어우러져 이일호 선생의 조각은 삶에 대한 사유를 권하고 있다.

 모도까지 둘러봤으며 갔던 길을 돌아 신도선착장에서 타고 왔던 카페리를 이용해 장봉도로 넘어가보자.

 신도에서 장봉도까지는 20여 분이 걸린다. 예전 같으면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을 타고 4시간을 넘게 걸려 겨우 갈 수 있었던 장봉도는 인천공항 개항 이후 가까워진 섬이다.

 섬이 동서로 길게 뻗어 있고 봉우리가 많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크고 작은 기암괴석이 섬 주변에 많아 백령도가 연상되기도 한다.

 삼형제 섬을 둘러보느라 출출해진 배를 집에서 정성껏 싸온 도시락으로 도란도란 거쳐 온 섬 이야기를 하면서 먹다보면 어느새 장봉선착장에 들어선다.

   
 
   
 
 장봉선착장에서 가장 먼저 맞는 것은 많은 사연을 간직한 듯한 얼굴에 젖가슴을 드러낸 반라의 상반신과 허리까지 내려온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하고 물고기 하반신을 가진 인어상이다.

 장봉도 앞바다에는 연평, 대청과 함께 조선 3대 어장으로 꼽히는 날가지라는 어장이 있는데 먼 옛날 이곳에서 그물질을 하던 어부의 그물에 인어가 걸려들어 이를 측은히 여긴 어부는 인어를 아무말 없이 놓아줬다.

 이후 날가지 어장에서는 그물을 칠 때마다 그물 가득 물고기들이 올라와 주민들이 이 전설을 기리며 인어상을 세웠다고 한다.

 장봉도에는 옹암·한들·진촌 등 3개 해수욕장이 있는데 어느 곳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선착장 바로 옆에 있는 옹암해수욕장은 길이만 2km에 달하고 물이 빠지면 섬이 육지로 변한 것처럼 끝없는 갯벌이 펼쳐지는데 해수욕장 뒤로는 200~300년 된 노송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물이 빠지면 바지를 걷어붙이고 갯벌에서 조개와 굴, 동죽 등을 잡을 수 있으며 좀 기술이 있는 여행객이라면 낙지잡기에 도전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옹암해수욕장에서 고개를 하나 넘으면 조용하게 자리잡은 한들해수욕장이 나오는데 외지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연인과 부부 여행객들의 오붓한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서 다시 길을 따라 직선으로 가다보면 북쪽 끝자락에 진촌해수욕장이 나오는데 이곳은 일몰이 뛰어나 1박 코스로 장봉도를 찾은 여행객들은 꼭 둘러볼 만하다.

 신도를 거쳐 시도와 모도를 둘러보고 다시 배에 몸을 싣고 장봉도까지의 여정이 조금은 숨가쁠지 모르겠지만 아침 일찍 서두른다면 그리 바쁠 것도 없이 찬찬히 둘러볼 수 있다.

 ◇여행정보
 ▶여객선 운항시간 = 삼목선착장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1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신도를 거쳐 장봉도까지 운행.
 ▶요금 : ▷삼목 ⇒ 신도는 왕복기준으로 어른 3천 원, 어린이 2천 원.
 승용차 이용시 왕복기준 2만 원으로 운전자 이외는 일반요금 적용.
 ▷삼목 ⇒ 장봉도는 왕복기준으로 어른 4천600원, 어린이 3천200원.
 승용차 이용시 왕복기준 3만 원.
 ▷신도 ⇒ 장봉도는 편도기준으로 어른 2천200원, 어린이 1천500원.
 승용차 이용시 편도기준으로 1만4천 원.
 자세한 교통편은 세종해운(주)(☎032-884-4155~6. 홈페이지 www.sejonghaeun.com)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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