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한을 품고 살아가는 소리꾼 유봉(임진택 분)이 거둬들인 딸 송화와 아들 동호. 동갑내기의 두 의붓 남매는 유봉에게 소리와 북장단을 나눠 배우며 유봉과 함께 전국 각지를 떠돈다.

 그러나 송화와 동호를 통해 궁극의 소리를 얻어내려는 유봉의 집착과 혹독한 수련, 배고픔에 지친 동호(조재현 분)는 남몰래 연정을 줬던 의붓 누이 송화(오정해 분)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와 도망쳐 버린다.

 수년 뒤 성인이 된 동호와 송화는 지난 세월동안 자라난 그리움 만큼 서로를 그리는 사랑도 깊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움에 이끌려 송화와 헤어졌던 선학동 주막을 찾은 동호는 송화가 눈이 멀어버린 사연과 유봉의 죽음을 전해 듣게 된다. 동호는 송화를 찾아 그녀의 소리에 북장단이 돼 주기 위해 한사코 버렸던 북채를 다시 잡는다.

 그러나 엇갈린 운명으로 얽힌 두 사람은 잠깐의 만남과 긴 이별로 비껴가기만 한다. 북을 배우러 들어간 극단의 여배우 단심(오승은 분)의 유혹에 흔들린 동호는 책임감 때문에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가 된다. 이런 동호의 소식에 충격을 받은 송화는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을 소리로 달래며 동호 곁을 떠나버린다.

 송화의 소리와 발자취를 따라 기약없는 여행을 떠난 동호는 마침내 자신이 떠나왔고, 송화가 남겨졌던 선학동의 그 주막으로 찾아 들고 그곳에서 자신이 미처 몰랐던 유봉과 송화의 사연을 듣게 된다.

 `천년학'은 한국영화계의 산증인인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칸느, 베를린 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국제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 11회 부산영화제의 아시안필름마켓을 통해 프랑스의 와일드번치사와 전 세계 판권계약을 마친 상태다. `천년학'은 이청준 작가의 대표작인 `선학동 나그네'를 모태로 했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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