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입구는 평범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 계산IC를 빠져 나와 김포방면으로 향하다 만난 시장은 첫 눈에 여느 재래시장과 별다른 차이점을 못 느꼈다.

그러나 입구에 들어서자 확연히 색다른 모습이다.

‘무얼까?’하는 궁금증을 품고 시장을 2~3바퀴 돌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재래시장치곤 다소 작은 규모. 외길을 따라 양측으로 나란히 들어선 상가. 완만한 경사의 시장길. 주변 아파트와 시장 중심에 있는 작은 공원.
형식은 분명 시장이나 내용은 휴식공간을 갖춘 쾌적한 쇼핑공간이었다.

시장 중간 분식집에서 산 핫도그 하나를 입에 물고 공원에 앉아 살짝 맺힌 땀방울을 식히는 맛은 대형 유통매장 백열전구 밑 북적되는 사람들 틈에서 느끼는 여유와는 차원이 틀렸다.

지나가는 사람, 목청껏 외치는 손님 부르는 소리, 왁자지껄한 시장에서 한 걸음만 옮기면 고즈넉하고 풍요로운 공원이 있는 것이다.

‘아! 이런 곳이 있었구나.’하고 느끼며 바라 본 시장은 공원으로 인해 더욱 빛났고 최고의 축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바로 이곳이 인천시 계양구 최고의 재래시장. 병방시장이다.

   
 
   
 
 # 인터뷰///최동균 상인회장

“재래시장만이 가지고 있는 이웃 같은 푸근함을 살리려고 노력하죠.”

병방시장 상인회장 최동균(49)씨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계양2동 통장에 시민경찰, 청해건어물 사장. 갖고 있는 직분만큼이나 바쁜 하루를 보낸다. 특히 올해 맡게 된 상인회장 활동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지경이다.

사실 최 씨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상인회장을 역임했었다. 2년의 공백을 거친 후 다시 복귀한 것이다.

“갈수록 매출이 오르질 않아요. 예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죠. 어떻게 하면 상인 모두 장사가 잘 될까 항상 고민하고 있죠.”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친절교육이었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고객 맞는 방법을 홍보하는 등 옛 시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병방시장은 단골고객이 많은 편이어서 상인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적중할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아직 시작단계죠. 친절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시장을 찾는 고객 수도 분명히 늘어날 겁니다.”
16년 전 30대 초반의 풋풋한 나이로 시장에 자리를 잡을 때 느꼈던 활기를 다시 한 번 재현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오는 추석 연휴를 전후해 시장상인 모두가 참여하는 ‘병방시장 노래자랑’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미 이에 필요한 예산도 확보한 상태다.

상인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때 시장을 찾는 고객들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시장 상인 모두가 한 가족처럼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즐거워야 오는 손님도 즐거운 법이지요.”

또 시장 발전을 위한 주차장 확보와 시설 현대화 사업 등도 최 씨가 앞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이다.

최 회장의 든든한 양 어깨에 거는 시장 상인 200여명이 기대가 크다.

   
 
   
 
 # 인터뷰 /// 상인 최정숙

알록달록 빛깔 고운 아동복을 정리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벌써 15년째 이곳 병방시장에서 아동복을 판매하고 있는 최정숙(50)씨를 만난 건 수북히 쌓은 옷들과 함께였다.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요. 갈수록 매출은 떨어지고 마진은 줄어들고 있어요.”
그래도 웃는다. 이 일을 천직으로 알고 다른 장사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가끔이라도 찾아오는 단골이 있기에 행복하다. 때론 늘어난 재고품 때문에 원가 이하의 가격에 옷을 팔아도 괜찮다. 엄마가 사다 준 옷을 입고 마냥 좋아할 어린 아이만 생각하면 그만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한다고 하면 손님들이 막 따져요. 세상에 밑지고 장사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거죠.”

그러나 최 씨의 말은 진실이다. 아동복이라는 것이 특성상 계절 및 유행에 민감한 데 판매시기를 놓쳐 재고품이 되면 하는 수 없이 원가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진열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날도 ‘바지 및 T셔츠 2장 3천~5천 원’, ‘한 벌 1만 원’이라고 적힌 푯말이 쌓아 놓은 아동복 한 쪽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시장에 오는 사람들은 손에 고작 1만~2만 원 가량밖엔 없어요. 그런데 비싸게 팔면 되나요. 최대한 저렴하게 팔아야죠.”

저녁 찬거리를 장만키 위해 어린 자녀와 시장에 나왔다가 여유가 된다면 최 씨가 운영하는 아동복 가게에 들러보자. 다양한 상품에 한 번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최 씨가 운영하는 상점 이름은 베스트 키드(☎555-0624)이다.

# 시장 둘러보기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392 일대에 자리잡은 ‘병방시장’은 1989년에 개설, 약 20년의 세월을 자랑하는 재래시장이다.

인천지하철 임학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으며 시장 주변에 아주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아파트와 대단위 빌라가 인접, 최고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시장 중앙 통로를 따라 수많은 유동인구가 움직이고 있어 언제나 인파로 북적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시장 앞으론 시내버스 24, 30, 76번, 마을버스 584번이 지나고 있고 계양IC와도 가깝게 위치해 있어 최적의 교통환경을 갖추고 있다.

시장 면적은 12만672㎡(약 4천 평)에 점포수는 130여 개, 종사자는 200여 명에 이르며 주 업종은 식품, 의류, 잡화 등이다.

특히 시장 입구부터 늘어서 있는 상가들이 이색적인데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양 측에 3층 높이의 건물들이 150m 가량 들어서 있다.

따라서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그냥 중앙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걷는 것만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저녁 찬거리가 마련돼 있고 가족들에게 전해줄 선물도 손에 쥐어진다.

   
 
   
 
중간 중간 있는 분식집에 들러 군것질 거리를 장만, 시장과 붙어 있는 병방공원에서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병방시장의 자랑인 병방공원은 크지는 않지만 누구나 쉬어 갈만한 여유를 지닌 곳으로 설치된 놀이터 등에 장을 보는 동안 어린이를 맡겨도 제격이다.

시장상인회 최동균 회장은 “조만간 시장 현대화 작업을 통해 대형 아케이드(지붕)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한층 나은 쇼핑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중심에 선 병방시장과 상인들, 그리고 그들이 일궈나갈 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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