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나를 불행한 여자라고 부르지만 않으면, 난 감쪽같이 다시 행복해질 수도 있을 거야.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기만 하면, 그럴 수만 있다면. 신애(전도연)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남편의 고향 밀양으로, 아들 준을 데리고 이사한다.

밀양 가는 길에 고장난 차를 고쳐주러 온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에게 신애는 문득 묻는다. “밀양의 뜻이 뭔 줄 아세요? 비밀의 햇볕이래요.”

그녀의 인생은 의미에 목말라 있다. 그리고 종찬은 이 속모를 여자를 그날부터 졸졸 따른다. 늘 네댓 걸음 뒤에서, 부르면 다가서고 밀쳐내면 물러나면서....

전도연과 송강호-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기대가 꽉 차는 영화, '밀양'이 23일 개봉했다.

혹자는 영화 '밀양'을 '타인과 끝내 나눌 수 없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로 정의한다.

그도 그럴 것이 관객은 신애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그녀의 몸과 말을 통해 듣고 오열과 통곡, 종교에 몰두한 뒤 갑자기 천사처럼 바뀐 얼굴, 그러다 다시 종교를 증오하고 미쳐가는 그녀의 모습을 차례로 지켜보아야 한다.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그녀의 질문에 당신은 과연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현지언론으로부터 '올해 수상이 가장 유력한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 “여우주연상 수상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극찬하는 등 나라밖 낭보가 연일 전해지는 가운데 27일 폐막식에서 발표되는 수상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평론가 스콧 폰다스는 이 영화에 대해 “모자람 없이 훌륭하다”며 “매일 일어나는 작은 것들에 대한 기쁨과 커다란 비극, 그리고 그런 것을 극복하는 우리 인간의 의지력을 찬미한다”고 평했다. 5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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