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본격적인 고추 수확철 등을 맞은 농가들이 장마가 끝난 후에도 비가 자주 내리고 흐린 날이 이어지자 매트형 건조기 등을 많이 찾고 있으나 불량품 유통이 늘어 농가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동두천과 경기북부 일부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고추가 삶아지기만 하고 마르지 않거나, 균일하게 건조되지 않고 변질·부패하는 경우, 심지어 시커멓게 타버리는 등 지난해부터 불량 전기건조기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불량 제품들이 유통되는 것은 100여 개 가까운 영세 제조업체들이 난립해 과당경쟁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게다가 최근 기름값이 급상승하면서 기름건조기가 외면 당하고 전기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세업체의 난립 양상이 심각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농가의 전력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설계해 건조용량과 맞지 않는 히터와 송풍기가 장착되고 각종 기계설계가 미흡해 잔고장과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에 성능 검정을 신청한 전기건조기 제품 가운데 70%가 불합격됐다며 농가들의 부주의와 무관심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고추재배 농민 최모(63·동두천시 상패동)씨는 “히터 용량은 부족한데 기름식 건조기와 마찬가지로 200~400㎏씩 많은 양의 농산물을 한꺼번에 건조시키다 보니 제대로 마르지 않고 온도 편차가 생겨 변질되거나 타버리는 피해가 발생하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송풍기가 작아 바람을 균일하게 보내지 못하고 사각지대가 생겨 위·아래층은 물론 같은 층에서도 마르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고, 특히 5㎾ 이하의 가정용 전원을 쓰는 농가에서 다른 전열기와 함께 쓰면 용량이 부족해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농민들이 전기건조기를 구입한 대리점 혹은 영업사원만 알고 있을 뿐 건조기의 제조회사와 모델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고장 수리와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두천과 경기북부 농협 관계자는 “전기건조기를 구입할 때는 농공연구소 인증품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제조회사와 판매자의 연락처 및 보증내용 등을 서류로 받아 챙겨야 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농협 등도 적극적으로 나서 유통 현황을 파악하고 불량 제품 판매와 허위 선전 등의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