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

최근 정부는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 규모가 20조400억 원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같은 사교육비 규모는 지난 한 해 국가예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거액으로 사교육비의 추정 외형이 공교육예산을 추월했다는 설이 명백히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번 조사가 정부 차원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교육 의식과 사교육비 실태를 직접 조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그 동안 정부의 무신경했던 단면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갖게 한다.
사교육비가 이처럼 증가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학부모의 과외비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교육평등을 앞세운 정책의 실패가 구체적 수치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는 학력 수준차가 심한 학생들을 뒤섞어 가르치는 교실보다는 맞춤방식의 사교육에 대한 선호·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영어공교육 강화, 대학입시 자율화, 고교다양화 프로젝트 등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사교육비 부담 증가를 초래할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학교에서의 영어교육 확대에 대비한다거나,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 진학을 목표로 한 입시경쟁 가열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실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 동안 사교육의 주범이 대학입시라고 생각해 왔으나 실제로는 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규모가 더 크다는 사실도 밝혀진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사교육 의존습관을 털어내기 위해 학교와 학부모가 위해 공동 노력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정규교과 학습과 관련된 사교육 외에 예체능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만큼, 초등학교 예체능 교육을 학교 또는 지역사회 안에서 최대한 소화하는 시스템 마련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 
그 동안 정부는 온갖 대책을 동원했지만 사교육을 잡는 데 실패했다. 공교육 살리기 명목으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도 소득 또한 별로 없었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첩경이 공교육 경쟁력 강화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사교육비 조사를 계기로 향후 교육정책은 과학적이고 정밀한 통계를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는 체제가 강구돼야 할 것이다. 공교육 당사자들의 책임지는 자세와 분발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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