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가지 있죠? 프랑스의 가지는 팔뚝 만한 크기입니다. 그런데 한국 가지는 작잖아요. 그 가지 사이즈 조절하는 데만 이틀이 걸렸습니다.” 문화가 다른 두 나라가 모여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자니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었다.

 하지만 또 따져보면 양국 어린 아이들의 정서적 차이는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10일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EBS TV 한불 합작 애니메이션 ‘빠삐에 친구’의 제작발표회에서 남한길 PD는 “기획단계에서는 사실 양국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작업하니 공통된 주제를 많이 발견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정서적 차이는 별반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해외 합작 애니메이션은 종종 있었다.

 그 중 ‘빠삐에 친구’가 의미있는 것은 제작사끼리만 합작한 것이 아니라 양국 방송사와 정부기관까지 초기부터 제작에 관여했다는 점이다.

 EBS TV가 오는 16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오전 8시 30분에 방송하는 ‘빠삐에 친구’는 EBS와 캐릭터플랜, 프랑스 공영방송사 프랑스5(France5)와 문스쿱그룹(MoonScoop Group)의 프랑스 애니메이션(France Animation)사가 공동 기획·제작한 작품이다.

 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프랑스 국립영상센터가 제작비 지원을 했다.

 박상호 EBS 편성팀장은 “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빠삐에 친구’는 제작비 52억 원의 조달은 물론, 향후 수익도 양국이 반반씩 나누게 된다”며 “이런 프로그램 제작 모델을 발전시키는 데 ‘빠삐에 친구’가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5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빠삐에 친구’는 종이 놀이를 소재로 한 미술교육 애니메이션이다.

 ‘빠삐에(papier)’는 프랑스어로 ‘종이’라는 뜻. 아바(기린), 리코(토끼), 테오(곰) 등 세 동물이 신기한 세상을 모험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이야기로, 종이를 가위로 오리거나 손으로 찢어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내는 종이 놀이 시간이 펼쳐진다.

 제작에는 종이의 질감과 감성을 한껏 살린 ‘디지털 컷아웃’ 기법이 사용됐다.

 제작사 캐릭터플랜은 “3D 애니메이션이지만 최대한 아날로그적 느낌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빠삐에 친구’는 10분짜리 에피소드 65편으로 구성돼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23일부터 ‘아바 리코 테오’라는 제목으로 방송된다.

 EBS는 “아이들의 색채 감각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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