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네 푸른 얼굴을 만난다"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오늘, 네거리에서 달려오는 네 환한 얼굴을 만난다.
푸른 산맥처럼 일어나서
마을을, 지하도를, 부두를, 빌딩 사이를 달려온 네 싱싱한 얼굴을 만난다.
쏟아지는 아침,
우리는 맑은 식탁에 마주앉아
네가 건네는 푸른 수풀의 말, 푸른 강물의 말을 듣는다.
젊음이 뚝뚝 물드는 네 스무 살 빛나는 태양의 말을 읽는다.
우리는 안다,
너는 끝없는 지평(地平)의 한 희망, 한 꿈
나뭇가지처럼 수런거리는 등성이의 음성, 시퍼런 몸짓
오늘 아침 다시,
청춘처럼 더 멀리 달려갈 설레는 바퀴의 살을 본다.
그 언덕길에 퍼지는 네 단호한 목소리를 따라
우리도 푸른 물빛의 속력으로 내닫겠지.
모든 언어들이 일어서서 삶의 의미를 찬탄하겠지.
그래서 오늘,
우리는 저 길목을 돌아오는 네 잘난 스무 살의 얼굴을 만난다.
감정은 바닷물처럼 출렁거려서
오늘, 마을을, 지하도를, 부두를, 빌딩 사이를 달려온 네 푸른 얼굴을 보며
더 높은 지식과, 이지(理智)와, 매의 용맹을 말하며
우리는 이 아침의 식탁에서 일어난다.
또 다시 문 밖으로 달려 나갈 한 이십년,
영영 가을 같은 아우성의 얼굴을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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