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12일 부처님 오신날에 대통령과 정부가 사찰에 축전 보내는 것을 빼먹은 것은 논란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이런 저런 ‘실수’를 남발하며 불교계의 심기를 건드리더니 급기야 지난 7월 29일에는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의 승용차를 수색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결국 지난 8월 27일 불교계의 분노는 폭발했다. 이날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종교 차별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에는 27개 불교 종단과 거의 모든 불교단체가 총출동했다.
불교계가 이처럼 유례없는 야단법석(野壇法席)을 연 것은 지도자와 일부 공직자의 편향된 종교관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은 9일 밤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하고,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종교에 따른 차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키로 하는 등 ‘불심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불교계의 반발은 쉽사리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일반인이든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든 종교적 신념을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신념이 타 종교를 터부시하고 백안시(白眼視)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것은 이미 신념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정치인들의 종교를 가리켜 ‘기불릭(기독교+불교+가톨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나의 종교만 믿으면 득표에 한계가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해당종교 신자인 척 하는 사이비(似而非)라는 의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종교편향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부정적 의미가 아닌 타 종교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긍적적 의미의 독실한 ‘기불릭 신자’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잡길 기원해 본다. 그게 사회 지도층의 자리라면 더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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