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7일 국무회의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국정 방향을 담은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 발표했다. 세계는 물론 온 나라가 온통 금융위기의 관심이 집중된 시점에서 이날의 국정과제 발표는 다소 생뚱맞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물론 언론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 채 이내 금융대란의 더미에 파묻히고 말았다. 예전 같았으면 중앙정부를 비롯한 일선 지자체 및 국가 관련 기관들 또한 발표된 국정과제와 세부지침을 점검하고 숙지하느라 한창일 텐데 그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국민들에게는 국정과제 발표보다는 국민의 경제위기 심리를 잠재울 추가 조치 등 금융안정 대책의 발표 등이 절실했던 상황이다. 뭔가 답답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날 발표된 국정과제들은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했던 193개를 상황에 맞도록 수정, 압축하고 여기에다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8·15 경축사, 대통령과의 대화 등에서 새로 제시한 과제들을 다듬어 반영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모든 국정과제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7% 경제성장과 30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그만큼 경제 전반에 대해 비관적 전망과 정책의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그토록 의지를 보였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국정과제에서 제외됐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대운하 건설의 완전한 포기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어쨌든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현 상황에서 국정과제에서 제외시킨 정부의 판단은 일단 옳은 결정이었다고 평가된다.

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방행정체계 개편이 새롭게 국정과제에 채택됨으로써 향후 대운하 건설 못지않은 갑론을박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 주요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방행정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이미 총론적 부분에서는 동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정감사가 끝난 뒤 본격적 논의가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지방행정체계 개편을 광역경제권과 행정권, 생활권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대원칙만을 세워놓고 있는 상태다. 당사자인 국민의 합의와 공감대가 절대적인 너무도 큰 과제임을 감안할 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단계적인 추진이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진중하게 모색해 달라는 당부가 요구되어 진다.
또한 국정과제 중 지방재원 확충, 에너지 자주개발 제고, 미래 전략산업 육성, 대학 자율 확대, 북핵 폐기 추진, 남북 간 신뢰 구축 등은 이번 정부에서 단번에 마무리 할 수 없는 정책들로 충분한 시간은 물론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추진해야할 과제들이다. 따라서 정부는 100대 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뭔가를 보여주고, 남겨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검토와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친 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추진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나라 안팎의 사정으로 너무도 불안해하고 힘들어 하고 있다. 국정운영의 나침반이 돼야 할 국정과제들이 자칫 국민 불신만 키우는 논란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위정자들의 각별한 노력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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