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가 아마 ‘소통’일 게다.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을 뜻하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오른 건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오해를 살 만한’ 일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정부의 주요 정책과 국가비전 등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대국민 협조를 당부한다는 취지에서 라디오 정례연설 첫 방송을 했다.

이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뉴딜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실시한 ‘노변담화(Fireside chat)’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최근 확산되고 있는 경제위기론이 국민들의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여긴 탓에 꺼내든 또다른 소통의 수단이리라.
하지만 청와대의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가와는 달리 방송 전부터 땡전뉴스 부활이니 전파낭비니 하며 비판적이었던 여론은 방송 후에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오해를 없애려고 시작한 일이 되레 오해를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방송장악 논란, 언론장악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한 정례연설인 탓에 방송을 대통령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킨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하고픈 얘기를 사전에 녹음해 각 방송사에 돌리는 형식은 누가 보더라도 일방통행이지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라고 볼 수 없다. 피드백 없이 일방적으로 하고픈 말만 전달하는 상황에서 ‘오해가 없는’ 소통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흔히 말이 안 통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먹통’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이번 대통령 정례연설에 대한 비판론자들을 ‘먹통’으로 몰아세우며 또다른 일방적 설교의 카드를 꺼내들지 않길 기대한다. 먹통의 존재 여부는 소통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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