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강화에는 이야기가 많다. 고인돌로 대표되는 신석기부터 해안의 포진지들이 웅변하는 조선 말기까지 수많은 유적이 산재하는 만큼, 드러난 이야기는 물론이고 감추어진 이야기도 숱하다. 강화에 이야기가 많은 건 강화 땅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땅이 좋아 모여든 사람들이 옛적부터 유적과 전설을 곳곳에 남겨놓을 수 있었다.
강화는 원래 두개의 큰 섬이 매립돼 합해졌다. 고려 시대 원나라의 침공을 견뎌낸 건 강도와 화도 사이의 너른 갯벌이 있기에 가능했다. 백두대간 일원에서 억겁의 세월 동안 쌓이고 쌓이며 풍화된 흙이 한강을 타고 실려와 1만 년 가까이 섬 사이에 갯벌로 응축됐는데, 그 갯벌을 매립해 얻은 땅이 강화에 있기에 막강했던 원나라를 상대로 수십 년을 버틸 수 있었다. 백두대간에서 이은 한남정맥의 기운이 마지막으로 용틀임하는 강화는 그래서 오늘날에도 몇 안 되는 살기 좋은 고장 중의 하나다.
동의보감에 “맛이 달고 오장에 이로우며 소화를 돕고 종기를 해소한다.”고 기록된 순무는 씨도 몸에 좋다. “볶아 기름을 짜서 하루에 한 숟가락씩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눈빛이 영롱해진다”고 전한다. 한방에서 “먹는 이의 몸이 가볍게 하고 기를 늘려주는” 순무는 강화 땅을 벗어나면 재배하기 쉽지 않고, 재배해도 그 맛과 효능은 나타나지 않는다. 순무만이 아니다. 뜸에 활용되는 쑥은 강화 것이어야 효과가 높다고 한다. 강화 땅의 높은 기(氣)가 작물에 스며들기 때문이리라.
그런 강화가 현재 위기에 처했다. 경관을 가로막거나 독차지하는 외지인의 펜션에서 그치지 않는다. 문화와 역사를 보듬지 않고 벌이는 후손의 개발로 인한 여기저기의 생채기가 아물지 못하는 가운데 예고되는 대형 개발이 실행되면 이제까지 버텼던 강화는 만신창이로 버림받을 게 분명하다. 갯벌을 휩쓸어버릴 조력발전으로 후손에 대한 전대미문의 범죄행위를 자행할 태세인데 특정인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한 여기저기의 골프장은 강화의 안정된 생태계와 숱한 이야기를 좀먹는다.
‘녹색성장’이라는 형용모순을 앞세우는 조력발전은 어떤가. 온난화를 방지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갯벌에 존재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탄소동화작용으로 제거하는 이산화탄소의 막대한 양을 감안한다면 조력발전은 오히려 온난화를 촉발하는 사실에 눈을 감는다. 세계는 바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조력발전소를 이미 포기했다는 사실을 한사코 외면한다. 오로지 개발세력과 제방으로 발생할 투기세력의 이익에 눈이 멀었을 따름이다. 조력발전은 강화 땅에 뿌리내린 이의 정서를 배격할 뿐 아니라 조상의 얼과 물론 후손의 생명을 저당한다.

환경부 지정 보호동물인 금개구리와 멸종위기인 매화마름이 자생하는 양사면 인화리 일원은 어떤가. 일개 개인사업자의 이익을 도모해 주려고 법적 절차에 어긋나게 토지의 용도를 변경하려 획책하지 않던가. 일부 시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적 성격이 강한 사업”이라고 주장한 시의원은 도대체 누구 이익에 충성하려는 건가. “민간사업자의 용도지역 변경 제안까지 수용해 도시계획 관련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법령상 적합한지” 회의적인 해당 전문위원은 특혜소지를 염려한다. 자연림으로 환원하기 직전으로 보존된 녹지자연 7등급의 숲이 70%나 차지하는 인화리를 뿌리째 파괴하는 게 골프장인데, 그 시의원은 어찌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나.
최근 언론은 세계적인 경제 한파로 국내 골프장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는다고 전한다. 회원권이 40에서 70%까지 하락한 가운데 추가 하락이 예고되면서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는 거다. 강화에 골프장이 지역경제를 위한다는 객관적인 보고서가 있을 리 없지만, 강화의 역사와 문화는 차치하고라도 갯벌을 매립한 강화에서 골프장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주변 농경지에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땅이 좋아 자신감이 넘쳤던 곳인 만큼 외지인은 강화 사람을 ‘뻔뻔이’라 했다. 부러움의 다른 표현이다. 그런 강화, 천박한 개발에서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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