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8세의 나이로 뒤늦게 경찰관으로 입문했다. 지난 10월 중순, 순경 계급장을 달고 첫 발령을 받은 곳이 남동공단지구대다. 경찰관이라는 자부심으로 힘차게 첫 근무를 시작했다.
관내를 순찰하고 있을 때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교통법규 위반자가 눈에 들어 왔다. 위반자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했습니다. 마음속으로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하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선생님, 무당횡단하시면 위험합니다”라고 말을 던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대답이 아닌 “경찰관이 도둑이나 잡지 왜 선량한 시민을 단속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황당했다. ‘혹시 내가 잘못한 건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법령이 정한대로 단속을 한 내가 잘못한 점은 없었다.
어느 날 점심시간.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이용하는 남동공단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됐다. 식당 안은 외국인 근로자가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외국인들이 하나 둘 일터로 돌아가는데 경제난 속에서 임금이나 제대로 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식당을 나서는 어떤 외국인은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했다. 너무도 보기 좋았다. 이들이 보여준 몸에 밴 습관에서 그 나라의 국민의식을 보게 됐다. 이 순간, “경찰관이 도둑이나 잡지 왜 선량한 시민을 단속하느냐”고 항의했던 교통법규 위반자의 말이 생각났다.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질서의식부터 높여야 한다’는 어느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의 질서의식 수준은 어느 외국인 근로자가 보여준 의자를 정리하는 쪽일까? 
기초질서를 위반하는 많은 시민들과 길거리에서 부딪혀야 하는 새내기 경찰관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때 묻지 않은 새내기 경찰관의 깨끗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질서를 바로 잡는 멋진 경찰관이 되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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