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대적인 문화와 문명의 이기를 아주 마음껏 누리며 산다. 눈뜨면 언제나 인터넷과 연결이 돼 세계인과 대화를 하고, 아주 편리하게 만들어진 음식과 식품들을 계절에 관계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편안하게 21세기의 문명와 문화를 누리고 사는 우리들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허전함과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면 산다. 그 허전하고,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해 모든 이들은 각각 다른 의견과 생각을 가질 것이다.
나는 고향이 시골이다. 틈나는 대로 시골에 가게 되는데 고향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그 무엇이 있다. 어머니를 따라 다니면서 방아 찧는 모습을 보던 발방아간, 추운 날 썰매를 타다 물에 빠져 울던 개울가, 설날에 떡을 쳐서 먹던 따뜻한 찰떡, 보름달을 보고 빌던 소원들, 연을 만들어서 날리다 걸린 나무, 친구들과 자치기 하면서 뛰어다니던 언덕, 학교가는 길에 무서워서 피해가던 상여가 보관돼 있는 상여집, 알 낳은 닭이 매일 알을 낳던 닭 둥지….
더 수없이 많은 기억들이 나의 머릿속에 늘 맴도는 것이다. 아마 이런 것들이 나를 시골로 불러들이는 이유인지 모른다. 늘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어쩌다 보게 되면 괜히 행복해지고 작은 미소를 머금게 된다.

그러나, 이런 추억 속에 남겨진 옛 생활의 모습은 잊혀져 간다. 이것이 우리의 전통이요, 무형의 문화가 아닌가 싶다. 이제 이런 문화들은 어디 가도 만나기 힘들고, 설령 만나도 많이 변했거나 퇴색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다.
요사이, 우리 부천은 무형문화로 의견들이 분분하다. 물론, 부천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걱정이고, 사랑하는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기억 속에 또는 추억 속의 좋은 기억들은 그 누구도 지울 수 없고, 그것을 부정하거나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부천의 현실을 바탕으로 어떤 방법으로 이것을 살려나갈 것인가 하는 방법과 생각의 차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때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것은 부천시가 20년 가까이 문화라는 타이틀로 도시문화를 가꾸어 왔다. 그 이유를 이제 와서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렇게 긴 시간과 노력과 열정을 바쳐온 문화를 여기서 그만 둘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이것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좋은 것을 접목해 우리 부천시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무형문화와 관련해서 지방자치단체인 부천과 전주와 강릉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있다. 우리 부천은 무형문화재 선생님들을 모셔 부천에서 그분들이 직접 만드시고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이고 그것을 판매까지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고, 전주는 아태무형문화유산센터를 짓겠다는 것인데 이는 아직 문화재청의 결정이 아니고 단지 전주시의 계획이다.
또한 강릉은 단오제 등을 근간으로 해 여러 나라의 문화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것이다. 부천과 전주, 강릉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다.
이제 어느 도시든 문화유산이라는 타이들로 경주를 시작했다면, 부천이 가장 멋진 경쟁을 하면서 저 앞에 보이는 결승점을 향해 가장 먼저 도달하도록 우리 모두의 힘을 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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