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0일 정부는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를 시급히 정비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 금년 3월 이후로 예정돼 있어 기업들의 즉각적인 투자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렵게 발표한 정책이 시간이 지체됨에 따라 정책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이번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으로 인해 첨단업종 96개의 경기도 투자가 10% 증가되면 2003년 기준 2조6천775억 원의 생산액 증가와 19만2천950개의 일자리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 정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의 산업단지 내에서는 규모·업종 제한 없이 공장의 신설·증설 및 이전을 허용한다. 성장관리권역 중 산업단지 외 지역 내 96개 첨단업종 기존 공장의 증설 범위 확대로 공업지역 내는 규모 제한을 폐지하고, 공업지역 외는 모든 첨단업종에 대해 100% 이내 증설을 허용하고, 첨단업종 외의 공장은 기존 부지 내에서 증설을 허용한다.
과밀억제권역 중 산업단지 외 공업지역 내에서는 첨단업종은 100% 이내, 전체 업종은 기존 부지 내 증설이 가능하며, 공업지역 외 첨단업종은 50% 이내 증설이 가능하다. 과밀억제권역·자연보전권역에서 성장관리권역 내 공업지역으로 모든 업종이 이전 가능하게 됐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공장총량제 적용 대상을 연면적 200㎡ 이상에서 산업집적활성화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에 의한 500㎡ 이상 공장으로 상향 조정했다.
자연보전권역 내의 공장 건축면적 산정 시 오염배출시설이 아닌 창고·사무실은 제외됐다. 자연보전권역의 환경규제방식을 환경보전을 전제로 입지규제에서 총량제·배출규제 중심으로 전환해 수질오염 총량관리 실시지역의 경우 개발사업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

국가안보·환경보전 등 중첩적인 규제로 주민생활이 불편한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기타 규제의 적용 배제를 추진 가능토록 했다. 서울의 도시형 첨단산업단지 개발을 허용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과밀억제권역을 성장관리권역으로 전환했다.

 #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정책의 의의와 한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 정책의 의의는 첫째,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투자 활성화가 중요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투자처인 수도권의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기업투자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둘째,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존재하고 있는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를 합리화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정책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진다. 먼저,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 금년 3월 이후로 예정돼 있어 기업들의 즉각적인 투자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렵게 발표한 정책이 시간이 지체됨에 따라 정책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둘째, 이번 발표에서 하이닉스 증설 허용 조치가 빠져 있어 수도권 규제 개선에 따른 투자 증가 효과가 대폭 반감되고 있다. 셋째, 수도권의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대학 규제가 폐지되지 않았다. 넷째, 수도권의 저개발지역에 대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 개선 정책은 수도권 규제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 그 동안 수도권 규제로 인해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던 기업들의 투자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수도권 규제 개선의 구체적인 시행 일정을 금년 상반기로 늦춰 잡은 이유는 두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우선, 정부가 ‘선 지방발전-후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해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광역경제권 정책,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지원 등 지방지원 관련 정책을 구체화한 후 시행령을 개정해 수도권 규제 합리화의 명분을 획득하려는 것 같다.

그 다음은, 일단 가능한 많은 규제 완화를 제시한 후 지방의 반응 여부에 따라 일정 정도 타협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투자를 현실적으로 촉진시키고 소모적인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정책과 관련된 시행령 개정을 완료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법적 이행이 되지 않는 상황은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지방 간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 96개 첨단업종 투자 허용의 경제적 파급효과

이번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에서 중요한 정책의 하나가 96개 첨단업종의 수도권 내 투자를 전면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96개 첨단업종의 투자가 허용됨에 따라 첨단산업의 중심지이며 혁신역량이 가장 높은 지역인 경기도의 투자 증가는 경기도 자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및 국가경제 전체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 기준 한국은행의 지역산업연관표를 이용해 경기도의 96개 첨단업종 투자 증가가 유발하는 생산 및 취업효과를 추정해보면 첨단업종 96개의 경기도 투자를 10% 증가시키면 2조6천775억 원의 생산액 증가와 19만2천950개의 일자리 유발 효과가 있다. 2003년 기준이기 때문에 지난해 기준으로 추정하거나 서울과 인천을 포함할 경우 더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유발효과의 크기는 경남권이 4천250억 원으로 가장 높고 전라권 3천164억 원, 충청권 2천725억 원, 경북권 2천219억 원 등의 순이며, 취업유발효과의 크기는 경남권 2만1천970명으로 가장 높고 충청권 1만6천600명, 경북권 1만3천370명, 전라권 1만2천880명 등 순서다.

결국 지역별 산업의 연관관계로 인해 96개 첨단업종의 수도권 투자 허용은 지방의 우려와는 달리 각 지역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 경기도의 대응 방향

   
 

규제 개선은 그 자체가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 투자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며, 규제 개선과 더불어 노사관계, 임금문제, 비용문제 등 다양한 여건들이 함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발표만 됐지 구체적으로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투자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특히 자칫하면 투자효과가 일어나기도 전에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지역이기주의에 의해 무산되거나 효과가 크게 반감될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경기도의 시급한 과제는 현재 발표된 수도권 규제 합리화 정책들을 가능한 빨리 현실화시키기 위해 시행령의 조속한 개정을 정부에게 요구하는 한편, 기업투자를 제고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첫째,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 경기도가 앞장서 이번 규제 합리화 정책과 관련돼 홍보책자를 만들어 국내 기업들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에게 배포하고 전경련, 대한상의, 경경연 등과 함께 투자설명회 등을 적극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수도권 규제 개선 정책은 수도권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의 수요를 해결해 준 것이기 때문에 지방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효과는 거의 없음을 홍보해야 한다. 지방에 대한 기업의 투자가 지연되거나 포기되는 현상은 순간적으로는 나타날 수 있지만 중앙정부가 지방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정책 등을 약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수요가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현재 기업들이 투자를 지체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국내 경기 침체의 영향 때문이다.

셋째, 수도권 규제 개선의 긍정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기도는 중앙정부와 함께 수도권 기업들이 지방기업들과의 네트워킹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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