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정부의 규제 완화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하이닉스 이천공장이다. 산업단지 내에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도록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는 게 정부 발표지만 정작 수년째 공장 증설을 요구하는 이 첨단공장을 위한 완화 조치는 없었다. 자연보전권역에 자리잡은 이 공장은 배출하수에 구리가 일절 배출되면 안 된다는 규정 때문에 공장 증설이 가로막혀 있다.

비교적 대도시인 성장관리권역 내에서 첨단업종에 대한 증설은 가능하도록 규제가 다소 풀렸지만 신설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경기도의 불만이다. 수도권 어느 지역에서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점에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장이다.

 #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원천 봉쇄

   
 

이천에 위치한 세계적인 기업 하이닉스는 현재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9위에 있는 첨단 대기업으로 2010년까지 세계 반도체업계 3위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반도체 8인치 기술을 국내·외 경쟁사의 생산능력에 맞춰 12인치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하이닉스는 2006년 이전부터 시급한 공장증설허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2년이나 지나서야 겨우 공장 증설을 허용받을 수 있었으며 그나마 원하던 이천공장 증설은 좌절됐다.

하이닉스 반도체 사건은 대표적인 중복규제 사례다. 우선 하이닉스의 공장증설 부지는 7만4천㎡에 달하므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자연보전권역에서의 수도권 공업용지 조성면적 6만㎡ 제한과 첨단 대기업 기존 공장 증설 1천㎡ 제한에 의해 규제를 받게 된다. 또한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 제33조 및 시행령 제32조에 따르면 구리배출시설 설치허가는 제한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환경정책기본법과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지정 및 특별종합대책이라는 환경부 고시는 특별대책지역 내에서 배출량이 미량이라도 무조건 제한해 구리배출 공장입지를 불허한다. 특히 하이닉스는 최첨단 환경설비를 갖춰 음용수 기준인 1잩 이내로 구리 배출이 충분히 가능하고 향후 0.05잩까지 처리 배출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으나 정부는 배출량에 상관없이 입지 자체를 불허했다.

   
 
결국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증설은 실패로 끝났다. 이천공장에는 이미 12인치 반도체 생산라인이 가동 중에 있고 필요한 기반시설이 구축돼 있어 지난해 양산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이천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비용 및 효과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이었다.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청주는 기반시설 확보 등의 문제로 단지 조성에만도 3~4년이 소요되는 등 비효율과 비용 과다의 문제가 컸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에서 기업의 비용이나 효율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수도권 규제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이 모든 것에 우선했다.

반도체는 산업의 특성상 경쟁업체보다 조금이라도 앞선 신속한 투자가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는 투자가 지체될 수밖에 없었고 이천과 청주를 오가며 생산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하는 비효율을 감당해야만 했다. 또한 이천공장에 무방류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만 했다. 결국 하이닉스는 기존 공장 옆에 땅까지 확보해 놓고도 증설을 하지 못해 투자적기를 놓친 데다 청주에 생산라인을 증설해야 하는 이중부담, 그리고 무방류시스템 설치까지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아직까지 중요 규제가 풀리지 않은 탓에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등을 주장한다.

 # 팔당상수원보호 규제

팔당상수원 보호지역과 관련된 핵심적인 규제는 상수원 보호 관련 환경규제라기보다는 수도권 규제이다. 지난 2007년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 불허는 환경규제를 수단으로 해 수도권 규제를 관철시킨 대표적인 예다.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공장을 증설하려던 하이닉스 반도체는 자연보전권역의 환경보전을 명분으로 이천공장의 증설을 거부당했다. 정부는 이천지역이 환경정책기본법상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이자 수정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각각 구리배출시설의 입지와 대규모 공업용지 조성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이천지역 제2공장 증설은 불가능하다고 공표했다.
즉, 팔당호 수질보호를 위해 구리배출시설규제가 필요하고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설립 시 우려되는 부작용을 고려할 때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하면 팔당상수원 보호권역 전반에 대해 문제가 야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곧이어 신설 공장이 아닌 기존 공장에 한해 하이닉스 반도체가 그렇게도 원하던 폐수무방류시설 도입을 전제로 구리공정 전환을 허용하는 것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결국 환경오염을 이유로 한 하이닉스 반도체 이천공장 증설 불가라는 정부의 결정은 실제 환경오염이 문제보다는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수도권 성장 억제를 위한 규제를 지속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던 것이다.

과도한 중첩규제는 수질을 악화시키고 난개발과 불법 행위만을 부추긴다. 한강수계지역에 위치한 많은 기업들은 여러 중복규제에 직면해 공장 신·증설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생산을 해야 하며 결국은 쓸데없고 경직적인 중복규제들로 인해 수질보전은커녕 소규모 공장이 난립해 자연환경의 심각한 훼손과 지역의 난개발만을 조장하고 있다.
중복규제의 목적은 환경보전 및 수질보전이라지만 정작 수질개선의 효과는 거의 없다. 무조건적으로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고 공장의 신·증설을 규제하는 것은 본래의 취지인 수질보전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적 중복규제는 지역개발을 저해해 상수원 보호지역을 계속 저발전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중복규제는 개별 공장부터 국가가 지정한 관광단지에 이르기까지 모구 적용돼 한강수계 지역들을 급격하게 낙후시키고 있다.

 

   
 
# 중첩규제의 합리적인 환경규제로의 전환 필요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문제는 부당한 규제를 받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피눈물을 머금고 정부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수도권의 중첩규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면서 환경규제 합리화의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한 비록 좌절됐지만 경기도와 국회는 하이닉스 반도체의 합리적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향후 제2, 제3의 하이닉스 사태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 하이닉스는 워낙 유명한 기업이었기 때문에 사회문제화됐지만 이 외에도 상수원 보호구역에는 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중복규제로 고통받고 있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업이야 최악의 경우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의 경우에는 중첩규제로 생활의 질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역경제가 중복규제로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데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만으로 과연 주민들의 생활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환경규제의 합리화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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