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소리와 진한 풀 향기가 마치 수목원에 와 있는 듯하다.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1천652.9㎡(500평) 규모의 한빛농원. 수생식물과 야생화를 전문으로 생산·판매하는 이곳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뭉친 이환(25)대표가 있다.
선하게 웃는 모습이 아직 앳되지만 식물 하나하나를 소개하고 다루는 모습은 전문가 못지않다.

“새로운 식물을 찾고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는 이 대표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본다.

 # 홀로서기

고객과의 약속을 최우선으로 했던 아버지. 부득이하게 미뤄질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도 끝까지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아버지였다. 그러기에 더욱더 많이 배우고 의지했지만 2007년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모든 일은 고스란히 이환 씨에게 돌아왔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농업대학 화훼과에 진학하고 아버지의 농업을 물려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 아버지는 하기 싫어할까봐 걱정하셨지만 나는 아버지 일을 물려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고민없이 선택했다”며 오히려 아버지를 걱정한 효자였다.
하지만 잘 되고 있던 농장의 모든 일을 혼자 하기엔 너무 벅찼던 이 대표는 “그때는 어렸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시장에서 식물을 파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처음에는 결제 부분에서도 안 해 보던 것이라 잘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힘겨운 홀로서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 희소성 그리고 나만의 경쟁력

시작은 힘들었지만 이 대표는 무너지지 않았다. 무늬석창포, 석창포, 아기석창포, 골풀, 붓꽃을 재배하는 한빛농원은 특히 수생식물이라는 희소성과 이 대표만의 철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는 “고양시에서는 수생식물, 야생화를 재배하는 곳이 거의 없다. 관엽식물, 분화(장미 등)를 많이 기르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며 “수생식물과 야생화는 다른 품목보다 기르기가 수월하고 소득 면에서도 이익인 것이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물건을 팔 때 양보다는 질을 중요시 한다. 질이 조금 떨어진다고 포장이나 다른 부분으로 메우려고 하지 않는다. 농장 이미지나 멀리 봤을 때를 생각해 항상 꼼꼼히 하고 질이 좋은 식물만 판매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꼭 지키려고 하는 나의 철칙이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이뤄 놓은 것을 계속해서 번창시켜 나가고 싶다는 이 대표의 이러한 철칙은 한 번 온 손님도 단골로 만드는 이 대표만의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이 대표는 “특히 독일에서 들어온 스프링골풀이라는 식물은 아버지가 책을 보고 연구하시고 공부하셔서 현재 우리 농장에서 처음으로 재배한 식물”이라며 애착을 나타냈다.

이렇게 탄생된 상품들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돌 틈이나 병원, 가로수 등에서 조경의 목적으로 쓰인다.

이 대표는 “지나가다 하천이나 학교 운동장 등에서 조경용으로 쓰이는 우리 농장 식물들을 볼 때 가장 보람있다”며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앞으로 더 발전시켜 질적으로, 또 양적으로 더 많이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환 대표는 농장을 이끌어 가는 대표이기도 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농장을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힘이 되는 건 가족이었다.
이 대표는 “어려운 순간도 많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화훼도 위기를 겪고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꽃값은 떨어지고 잘 팔리지 않는다. 더욱이 자재와 물류 값은 오르는 실정이어서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르던 식물이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어 쓰일 수 없을 때도 마음이 아프다”며 “이럴 때일수록 가족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같은 학교 화훼과를 졸업한 부인 이자형(30)씨는 이 대표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주문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상품을 살피고 절대 질이 안 좋은 것들은 팔지 않는다. 처음부터 마지막 포장까지 꼼꼼히 살피는 스타일이다”며 “현재는 아이를 키우느라 일을 많이 도와주진 못하지만 얘기는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작년 아이가 태어난 후 아버지가 된 이 대표는 “내가 운영할 때만큼은 최고의 농장으로 만들어 훗날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중에 시골에서 크지는 않지만 조그마한 식물원을 하고 싶다. 주말에 가족들이 와서 쉬다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소박한 꿈을 나타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농업이 더욱더 발전해야 한다는 이 대표는 “현재 아버지 세대들이 많이 계시지만 젊은 사람들이 농업에 뛰어들어 빨리 배우고 습득하는 경쟁력으로 신농업인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는 이 대표. 앞으로 신농업인들과 멋지게 경쟁하고 싶다는 그의 모습에 한국 농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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