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지영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다룬 MBC가정의 달 특집극 `제비꽃'의 주인공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60분물 2부작으로 내달 2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제비꽃'(극본 고선희, 연출 이창섭)은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폭력보다 더 견디기 힘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다룬 드라마.
 
“하얀 가운이 좋아서 의사가 됐을 정도로 맑고 밝고 순수한 은수라는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지만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에 고통받으면서 주위의 무관심 속에 결국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돼요.”

겉으로는 완벽한 남편인 태진(남성진)은 TV에도 고정 출연하는 유명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권위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물려받아 상습적으로 은수에게 폭력을 가한다.
 
은수는 어머니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참고 살지만 얼굴에는 항상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첫사랑 애인으로 출연하는 이주현(혜성)만이 우연히 이 사실을 알지만 그 역시 부부의 일이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채 안타까워만 한다.
 
특이한 점은 `전원일기'에서 수년동안 `복길'이와 `영남'이로 사랑을 키웠던 김지영과 남성진이 이 드라마에서 결혼에 성공한 부부로 출연하지만 결국 파탄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연인으로 나오다가 결국 결혼 못하고 `전원일기'가 끝났었는데 결혼하자마자 남편에게 맞고 자살을 시도하게 돼 정말 안타까워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서인지 그 사람한테 맞는다는 게 더 서럽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김지영은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가정 폭력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단다.
 
“스스로 창피하기도 하지만 어머니 등 가족들이 알면 내가 맞고 사는 것으로 인해 고통받고 괴로워할 것이라고 짐작해 차마 말을 못해요. 사회적 지위와 자존심, 이기심, 주위의 무관심도 원인이 되겠지요. 또한 남편이 너무 완벽하면 `맞았다'고 하면 지레 `여자가 맞을 짓을 했겠지'하고 생각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문제가 아닐까요?” 당사자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간접적으로나마 겪어 보니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은수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친정에 가 있다 자신을 찾아온 남편을 피하려는 순간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 자살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마무리된다.
 
“제가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보니 자살은 절대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하면서 사람을 그렇게까지 몰아간 남편과 사회적 현실을 볼 때 그 순간에는 이 선택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결혼에 대해서도 더 신중하고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면서도 행복이란 사소한데서 나오는 거라는 평범한 진리도 깨우쳤단다.

`전원일기' 종영 이후 지난 12∼1월에는 연극 `노트르담의 꼽추' 통해 연기 경험을 넓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갈수록 어려운 게 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전에는 한 장면이라도 더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하나 알아가니까 내가 그 감정이 아닌 상황에서 가식적으로 연기하면 `시청자들이 알아 볼 텐데', `거짓말하면 눈에 띌 텐데' 하는 걱정이 생기더군요. 제 자신과 시청자들께 정직한 연기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현재 TV와 영화 등 출연작을 물색하고 있는 김지영은 “다중 인격자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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