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의 한 청년은 소가 좋아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천안 연암대 축산과에 진학해 축산업에 뼈를 묻겠다는 야무진 꿈을 품었다.

농기계 운전을 하다 사고로 다리를 다쳐 힘든 일을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소를 키우기로 작심했다는 안성시 삼죽면 선호목장 이제상(25)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공직에서 은퇴한 할아버지가 소 4마리로 시작한 목장 일이지만 현재 젖소 100마리를 키우며 부농은 아니지만 서울우유와 계약을 맺고 하루 평균 900㎏을 납유하고 있다.
수십 년을 해 온 낙농이지만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어하지 않았던 부모님을 설득해 낙농인의 삶을 시작한 이 대표. 직장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며 꿈같은 목장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년 365일을 젖 짜는 일로 시작하는 ‘효자일꾼’ 이제상 대표의 목장에는 ‘도전하는 꿈’이 있다.

 
  # 자연으로 회귀한 농법 고수

초·중등학교 시절 아버지 이영호(52)씨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어머니를 도와 목장 일을 돕지 않았다면 젖소의 젖을 짜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낙농에서 미래가 보였다는 이 대표는 부모님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열정을, 부모는 아들의 성실함과 믿음을 봤다. 결국 이 대표에게 목장을 물려줬다. 하지만 젖을 짜고 급여를 잘한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급여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TMR 급여체계로 전환을 시도했다. TMR체계는 자리를 잡았고 유량은 늘기 시작했다.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서 젖소들의 급유량에도 탄력이 붙었다.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이 대표는 ‘부농(富農)의 지름길’을 찾아 나선 농민은 아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농업의 정도(正道)’를 걷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농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농장 뒤 초지에서 호밀과 수단그라스를 생산한 뒤 볏짚이나 청보리를 소에게 먹이고 축분을 유기농법에 활용하는 ‘자연순환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목장에서 생산되는 배설물을 자체적으로 발효시켜 목초지로 환원하는 친환경농법으로 축산폐수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땅의 생명력이 살아나 그 땅 위에서 자라는 가축 또한 건강해진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처럼 이 대표는 ‘자연으로 회귀’, ‘옛 농법의 우수성’을 주창하고 있다.

  # 용기와 자신감이 FTA 파고 극복

자리를 잡아간다 싶을 무렵 우유 쿼터제가 도입됐다. 목장이 안정화돼 가고 규모도 커 가는 시기에 쿼터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할당된 쿼터량이 턱없이 적었지만 꾸준히 노력해 차츰 쿼터량을 늘려 가기 시작했다.

결국 유량 900㎏에 착유실 및 우사 3동 2천776.87㎡(840평) 규모의 목장으로 성장하게 됐다. 대규모 농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지만 이 대표는 본인의 노력으로 자라고 있는 젖소와 목장을 볼 때마다 보람이 있다.

최근 한미 FTA 협상에 따른 성적표를 받아들고 국민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그 영향과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한결 같이 걱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 분야의 경우 19개 협상분과위 중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으나, 농업의 미래를 비관하는 농업인들의 불안이 매우 큰 것이 현실이고 보면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한미 FTA의 파고는 우리 농업인들이 결코 넘지 못할 엄청난 것일까? 물론 비좁은 국토에서 우리보다 몇 배나 좋은 여건을 가진 선진 낙농국과 경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선호목장 이제상 대표를 떠올리면 우리 낙농인은 이미 FTA를 대비하고 극복할 자신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느낀다.

이 대표는 “국제경쟁이 불가피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소비자의 욕구가 높아지는 시대에 우리 낙농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낙농인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며 “비록 우리 낙농산업의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낙농가 스스로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더욱더 생산비를 절감한다면 한미 FTA도 결코 넘지 못할 파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숫자로 보는 우유의 비밀

매년 6월 1일은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정한 ‘제9회 세계 우유의 날’이다. 덴마크,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세계 우유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 2005년부터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얀 보약’이라고 불릴 만큼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한 우유. 대표적인 ‘완전식품’으로 손꼽히는 우유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낙농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 www.imilk.or.kr)는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우유에 대한 비밀들을 숫자로 정리해 소개했다.
▶1: 한 방울의 우유=모든 우유는 우유 속 유지방을 잘게 부수고 고르게 하는 균질 과정을 거치면서 더 고소해지고 소화도 잘 되며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영양소도 고루 분포돼 우유의 어느 부분이든 한 방울만 덜어내 검사해도 영양소 면에서 똑같은 상태를 보인다.
▶9: 제9회 세계 우유의 날=‘세계 우유의 날’은 세계식량농업기구(FAQ)가 매년 6월 1일을 ‘세계 우유의 날’로 지정한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됐다. 세계식량농업기구가 세계 우유의 날 행사를 공식적으로 후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자율적으로 진행되며, 현재 30개국 이상 나라에서 기념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덴마크는 ‘대국민 매일 아침 우유 먹기’ 운동을 실시했으며, 독일은 ‘더 빨리, 더 강하게, 더 똑똑하게, 우유가 그것을 만들어준다’를 주제로 11개 연방주에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열었다. 우리나라는 도심 속에 목장을 재현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도심 속 목장 나들이’ 행사를 진행했다.
▶12: 고형분 12%인 우유=‘수박은 그냥 삼키더라도 우유는 씹어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수박은 고형분(액체에 녹아 있는 고체의 양) 4%이지만 우유는 고형분이 12%이기 때문에 소화를 잘 시키기 위해서는 천천히 씹으면서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 작용이 약해 우유를 마시면 설사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입안에서 씹듯이 우유를 먹으면 탈 없이 마실 수 있다.
▶25: 젖소 한 마리당 하루 25L의 우유 생산=젖소 한 마리는 하루에 25L의 우유를 생산한다. 이때 젖소는 집에서 흔히 먹는 큰 우유(1L) 1만 개에 해당하는 양인 1만L의 혈액을 써야 한다. 젖소의 심장은 매우 튼튼하고 건강해 매일 1만L의 피를 유방으로 보내 영양 가득한 우유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114: 114가지의 우유 속 영양소=우유 속에는 무려 114가지의 영양소가 들어 있다. 단백질, 지방, 유당, 칼슘, 비타민 등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영양성분으로 하루에 우유 2~3잔만 마셔도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특히 우유는 성장과 발육에 큰 도움을 주는 영양소가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꼭 마셔야 하는 대표적인 건강식품이다.
▶135: 135℃에서 단시간 살균=우유는 여러 가지 검사 과정을 거쳐 우리의 손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살균이다. 우유를 살균하는 이유는 젖소에서 짜낸 원유에 함유돼 있을지 모르는 균을 없애기 위해서다. 135℃에서 5초 이내로 고온살균을 하고 나면 모든 병원성 세균이 죽어 안전한 흰 우유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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